(3) 슈베비슈 할
Schwbäsch Hall의 Hotel Scholl까지, 우리 집에서부터 꼬박 21시간이 걸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는 진짜 여행, 즉 여행을 현실로 맞닥뜨리는 일이 시작되었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공항의 여행센터에서 기차 정기권 사는 것은 실패했다. 결국 비싼 돈을 주고 일회권을 구입했다. 미션은 오늘 안에 Schwbäsch Hall까지 가는 것인데, 기차를 2번 갈아타야 했다. 첫 번째 기차는 ICE. 명목이 초고속 기차면서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 것인지.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하는 것이 거북이 기차가 따로 없었다. 도착 시간이 늦어진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가 독일 사람들은 "Scheiße!"('제기랄' 정도의 의미를 갖는 독일 욕)를 연발했다. 계획은 Mannheim에서 20:20에 도착하여 20:35 기차로 환승하는 것인데 타던 기차가 Mannheim에서 21:00에 도착을 했으니 그 길로 그냥 Stuttgart까지 가기로 하였다. 역무원이 지나갈 때 사람들은 기차가 이렇게 늦어져가지고는 자기가 오늘 안에 목적지에 갈 수 있겠냐고 질문했다. 나의 옆사람이 질문을 할 때 나도 기회를 잡아 내가 가진 기차표로 중간 환승 계획을 바꾸어도 되는 것인지 확인을 받았다. 시간에 따라서 DB앱의 다음 기차를 계속해서 새로 조회해야 했다.
Stuttgart에서 지역 기차로 1차 환승을 했다. 그때 갑자기 막 축제를 즐기고 나온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타더니 기차 안에서 떼창 공연을 선사했다. 놀라운 것은 다른 승객들도 역무원들도 그 애들을 제지하기보다는 그저 웃어주더란 것. 독일은 질서의 나라이기도하지만 확실히 (개인 생활의) 자유의 나라이기도하다. 역무원은 우리에게 기차 반대쪽 끝으로 가면 조용히 갈 수 있다고 친절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아직은 여행 첫날이라 그 애들의 떼창마저 귀엽게 보였다.
또 마지막 환승을 하고 드디어 Schwäbisch Hall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리면 큰길에 짠~ 펼쳐질 줄 알았는데... 여기가 어딘지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운 골목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호텔로 가는 길은 수많은 좁은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냥 내려서 10분 정도만 설설 걸어가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그러나 그렇기에 재미가 있기도 한 것이다. 무엇 하나 내가 뻔하게 상상한 장면들이 아니다.
늦은 체크인을 무사히 하고, 예쁘고 깔끔한 호텔 방에서 바로 씻고 편히 누웠다. 예쁜 베개, 좋은 침대. 7시 알람을 맞춰놓기는 하였으며 경험상 시차 때문에 4시면 눈이 떠질 거라는 예상대로 3시 반에 한 번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하고, 4시에 눈을 떠서 엄마도 깬 것을 확인했다. 그래도 체력 비축을 위하여 최대한 자고자 버텨 결국 5시 반에 기상했다.
준비를 하고 7시에 방을 나섰다. 아,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호텔 바로 옆 교회 앞의 광장에 시장이 열렸다. 부지런한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유기체 같은(좀 더 낭만적인 표현 없을까) 움직임이 영화 같았다. 시장이 열리는 것에 우리의 마음이 기뻤다. 동네를 넓게 산책했다. 이따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의 위치도 확인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서 버터프레첼과 과일(복숭아, 블루베리, 딸기)을 사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사과는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커피를 내리고 아침요기를 하며 대화를 하고, 한국에 두고 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축하카드를 쓰고 지금의 이 일기도 썼다.
상상보다 천만 배나 좋다. 엄마는 단 하루일지라도 올 가치가 있다고 했다. 아, 나는 정말 좋은 선택을 했다. 더할 나위가 없다. 몹시 행복하다. 내가 감사한다는 말을 아주 많이 말했는지, 엄마는 내가 유난히 감사해하고 있다고 했다. 감사하다. 몹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