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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Jun 12. 2024

데이트

그를 보고 네 밤을 더 자고 난 날 밤, 그가 다시 미친 듯이 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하룻밤 더 자고 다시 그를 만났다. 


빨간 원피스를 입었는데, 너무 튀는 것 같아서 그가 별로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를 만나기 전 누군가 한 마디라도 '예쁘다'라거나 '잘 어울린다'라고 해줬으면 했지만 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고, 자꾸 거울을 보며 '아냐, 괜찮아...' 하며 다독여야 했다.


그리고 저녁 7시, 그는 보자마자 나의 원피스 색이 너무 예쁘고 나의 짧은 머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었다. 




이날 우리는 한강공원에서 만났다. 돗자리를 깔고, 하늘도 구경하고, 조금씩 밝혀지는 도시의 불빛도 구경하고, 달빛도 구경하고, 구름의 움직임도 보고, 서로의 눈빛도 오래도록 보았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생활에 틈을 주거나 여유를 즐겨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와 같이 그렇게 시간을 보내주고 있다.  


밤 9시가 되어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언제나 무거운 나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샘솟는 아이디어를 마음껏 공유하고 그것이 점점 더 풍성해지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진짜 성과로 보여준다면 그에게 결혼하자고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말로만 하는 건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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