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마지막 이틀의 이야기는 서울에 돌아와 쓰게 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정말 푹 잠만 잤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니 거의 도착이었다. 그동안 일기를 기록한 순서가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모른다. 일기장을 펴고 우선은 일기를 쓰게 된 그 순간에 대해 쓴다. 그러고선 기록을 멈춘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 놓친 부분들을 기록하곤 했다.
여덟째 날에는 래프팅을 다녀왔다. 래프팅을 하려면 든든히 먹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Babi Guling이라는 발리의 돼지고기 바비큐를 먹으러 나섰다. 우리는 몇 번의 실망 후에, 발리 현지 음식에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Babi Guling은 매우 맛있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각자 오토바이를 불러 타고 가기로 했는데, 짐을 간소하게 가져가더라 그가 그만 휴대폰을 숙소에 두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얼른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가져오기로 했다. 땡볕 속에 다시 한번 십여 분을 걸어 돌아갔다. 덕분에 나는 좀 더 편한 신발로 갈아 신을 수 있었다.
각자 gojek 오토바이를 불러 오토바이 뒤에 올라탔다.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발리 거리를 달리는 것 자체가 발리 여행에서 재미있는 요소인 것 같다. 신나게 달려 도착을 하고, 우리는 벨기에에서 온 어떤 노부부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래프팅용 헬멧을 쓴 나를 그는 무당벌레 같다며 몹시 귀여워해주었다.
흡사 롯데월드의 정글대탐험의 실제 버전인 듯한 래프팅을 마치니, 어김없이 이날의 스콜이 쏟아져내렸다. 젖은 몸을 햇빛에 금방 말릴 것을 예상하고 갈아입을 옷도 챙기지 않은 우리는 나누어준 수건이라도 뒤집어쓰고 그곳의 식당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되었을 때 우리는 결국 택시를 불렀다.
발리키티로 가서 나무 그릇과 수저, 쟁반 등을 사고, 옆의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코코넛 속을 함께 긁어먹는 것인데 무척 맛있었다. 내일 한국에 가기 전에 꼭 또 먹고 가기로 했다.
한편 나는 2가지 사고를 쳤다. 꼭 같은 종류의 사고를... 발리티키에서는 나무수저를 고르다 하나를 떨어뜨려 끝이 살짝 깨졌고, 코코넛 카페에서도 코코넛 그릇을 구경하다 하나를 그만 깨뜨리고 만 것이다. 변상을 하려고 했는데, 발리 직원들은 다들 "괜찮다"라고 했다. 나는 그 책임과 죄송스러움을 함께 느껴야 할 남편에게 여러 번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의 커플티도 구입했다. 엊그제인가 돌아다니면서 미리 봐두었던 것인데, 나는 바로 사자고 했더니 남편은 고민을 해 본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나 사는 것, 아니 모든 것에 그렇게나 신중하다. 셔츠도 사줄까, 하니 티랑 셔츠 중에서 딱 하나만 사겠다고 했다. 이것마저 미국 간 동생이 우리 커플티 하나 사다 준다는 말에 우리 커플티 이미 있으니 안 산다는 것을 내가 내일 여기서 꼭 입고 싶다고 하여 산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쁜 사진도 남기고 마지막 날에 마음에 들게 잘 입었다.
개강일이었는데, OT를 온라인으로 열어주셔서 잠시 수업에 참여했다.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대신 일찍 취침을 했다. 내일은 새벽 두 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