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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내일이 아닌 10년 후를 위한 행동들, 다시말해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이 일들은 하루 중 언제 하면 좋을까? 직장을 다니니까 퇴근 후에? 이렇게 강제성 없는 일을 퇴근 후에는 좀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전에 휴학하고 잠깐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으로 나는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아침형 인간'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떠올랐고 그걸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무렵 우리나라 2030세대 사이에서도 '미라클 모닝'이 다시 유행했는데 미라클모닝은 한 15년 정도 전, 내가 초등학교 때도 있었다. 유행하던 이름만 달랐을 뿐이다. 그때는 '아침형 인간'이라고 불렀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약 1년 정도를 매일 저녁 9시면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씩 공부를 하고 등교하는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아침형인간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내일만을 위해 살았던 대학생 때도 무언가 급한 일을 할때 밤새서 다 하고 자기 보다는, 다음날 아침으로 미루어 새벽에 일어나 마무리 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과제가 있는 날 4~5시에 일어나 아침 두세시간 동안 폭발적인 집중력으로 과제를 하곤 했고 학교에 강의시간보다 한두시간 일찍 간 날도 많았다. 내가 무언가 잘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시간이었다.
퇴근후 뭘 안할 거라는 걸 알고, 스스로 아침형 인간인 것도 알고 있었으니 미라클모닝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5시에 일어났다. 묵상을 하고, 일기를 쓰고, 독일어 공부를 하고, 영어 책을 읽었다. 아침 시간에 하고 싶은 것에 비해 아침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일주일을 후에는 4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퇴근을 하고 무언가 하기 힘든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미 하루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왔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할 수 있는 이유는, 잠을 자면서 하루의 에너지가 가장 완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소진하기 전에 나를 위한 활동을 모두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밖에서 해야 하는 것들은 그래도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내 의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벽에는 약속을 잡는 일도, 누군가 연락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스케줄의 변동 사항도 없다.
하고자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라클 모닝은 부수적인 효과들도 가져왔다. 미라클모닝은 생활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미루지 않고 매일 다 하니 이제야 인생의 주도권을 잡은 것 같았다. 또한 퇴근 후에 무얼 또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직장에서의 업무 시간에도 부담없이 여유있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기 할 일을 다 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고, 여유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곧바로 원하는 직업을 갖지도 못하고 사회의 높은 벽 앞에서 당황하고 좌절했지만 미라클모닝과 10년 후, 20년 후의 나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금방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미라클모닝을 다시 시작한지 이제 2년이 더 지났다. 직장생활에 더해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금은, 대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11시가 훌쩍 넘기에 그때처럼 4~5시에 일어나는 미라클모닝까지는 못하지만, 30분씩 일찍 출근하여 본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영어 읽기와 독일어 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 후를 위해 살자고 다짐하고, 그것을 위해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2년이 지나며 나는 대충 800점은 넘겠지, 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본 토익 점수가 955점이 나왔고, 나의 꿈을 다시 설계했고, 대학원에 입학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첫 이직을 했다. 자전거를 탈 때 평지에서 패달을 열심히 밟아놓으면 오르막길이 나타나도 오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평지에서 달리기가 수월하다고 해서 패달을 슬렁슬렁 밟아놓으면 오르막길이 나타났을 때 몇배로 힘을 들여 패달을 밟아야 한다. 살다보면 분명 지금보다도 훨씬 힘든 시기가 오겠지만, 나에게는 미라클모닝이 있기에 두렵지가 않다. 마치 인생의 비밀병기를 하나 지니고 있는 것 같다.
P.S. 그러나 아침형 인간은 인류의 1%에 불과하며 '퍼쓸'이라는 수면 유전자에 의해서 이미 결정된 자신의 수면 유형을 무리해서 개선하려 하는 것은 뜻밖의 병을 유발시켜 불행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