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이불 킥
피부 관리실을 처음 가던 날,
저는 평생 잊지 못할 아주 기가 막힌 일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직까지 이불 킥할 정도로 말입니다.
어느 날 시간이 남아돌았던 저는, 근처 피부관리실을 그냥 스윽 들어갔습니다.
그전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데.. 처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피부관리를 받고 싶다고 했더니, 프런트에서 안내해주시는 여성분이 왠 커다란 수건을 한 장 주면서
"갈아입고 나오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수건을 갖고 일단 탈의실로 들어갔습니다.
(탈의실에는 전신 거울이 벽면에 크게 붙어 있었고 - 아마 탈의를 하면서 자신의 몸매를 보라는 뜻 같아요 -
다른 쪽 벽면에는 옷장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얼굴 피부 미용 때문에 왔는데 도대체 뭘 갈아입으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프런트로 가서 물었습니다.
"다 벗나요?"
"네, 그래야 혈액순환이 잘 되세요, 그리고 드린 수건 입으시면 돼요"
저는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 일단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수건을 아무리 촤악 펼쳐도 도무지 어떻게 입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옷까지 벗었는데.. 다시 나가서 물어볼 수도 없고 너무 난감해서,
할 수 없이 거울 앞에 서서 내 나름대로 수건을 몸에 걸쳐보았습니다.
1) 목에다 판초처럼 두르기 - 이건 뭐죠? 하체는 그대로 보이는데?
2) 허리에다 치마처럼 두르기 - 이것도 뭐죠? 윗몸이 그대로 보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장난스럽게 머리에다 둘렀습니다.
마치 옛날 여인네들이 두루마기 머리에다 두르듯이 말입니다.
그걸 보고 저 스스로 엄청 재미있어서 거울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여자분이 한분 들어오시더군요.
......
절 보고 흠칫 놀라며.... 잠시 들어오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도로 나갈까 고민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아마 속으로... 뭐야? 왠 사이코가 여기에? 나 안전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저 역시 엄청 당황했어요...
하지만 저는 장난했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수건을 머리에서 풀고......
(머리에다 하는 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목이나 허리보다 머리에다 수건을 두르는게 더 우스꽝스러웠거든요,
마치 몸통은 물고기인데, 다리만 사람인 인어?)
.......
.......
하지만 역시 어디다 할 줄 몰라서 급한 김에 판초처럼 목에다 둘렀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웃겨서 글을 못쓸 정도입니다)
목에다 두르면 수건으로 상체만 커버하고 하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이 어색하고 이상한 상황!
탈의실로 들어오던 여자분의 그 당황한 눈빛!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습니다.
(아마 속으로, 사이코 맞는구나! 어떡하지? 하는 거 같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가 보기에도 목에다 판초처럼 두르는 건 아무래도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는 원래 그런 것처럼 그냥 거울 보면서 쿨하게 머리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니,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잠시 동안 당황해하던 그 여자분은, 이윽고 여기에 굴하지 않고 탈의를 하겠다 결심을 하셨는지,
옷장으로 가 탈의를 하시고.. 수건을 최악 펼쳐서 (저 보란 듯이)
겨드랑이에 수건을 걸쳐서 입으셨습니다!
수건이 딱 사이즈가 맞았어요!!!!
그리고 탈의실을 우아하게 나가셨습니다~
저는 얼마나 창피하고 웃기던지...
만일 제가 수건을 목에다 두르고 탈의실을 나갔다면, 완전 난리가 났을 겁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저도 판초처럼 입었던 수건을 벗어버리고
아까 시범 보여주신 그 여자 분따라 겨드랑이에 수건을 걸쳐서 입고 나갔습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너무 웃깁니다.
왜 저는 겨드랑이 생각을 전. 혀. 못했던 것일까요?
목 - 허리 - 머리 그리고 다시 목...
왜 겨드랑이를 건너뛰었을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