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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초달 Oct 14. 2022

어디 가나 있다 돌+아이

돌+아이 총량이 배가 될 때도 있다

직장생활 25여 년간 거의 90%가 남직원들이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손가락 안에 드는 몇 안 되는 여직원들이 생각이 나는지... 수십 년간 나랑 같이 일했던 여직원들은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밖에 기억이 안 나지만 그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케이스로 기억이 나는 몇 사람이 있다.


그녀는 가장 최근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뭔가 굉장히 사고가 남다른 사람이었다.

사고가 남다르다는 걸로는 나도 남에게 빠지지 않는 편인데, 그녀는 진짜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류라고나 할까...


기존의 회계팀 여직원이 그만두고, 새로 여직원이 입사를 했다.

30대 초반으로 전공이 경영학이었는데, 회계일이 처음임에도 면접 시 말도 잘하고 인상이 너무 좋다고

그 문제 많은(?) 전무님이 출근을 명했었다.

나는 주로 남직원을 뽑을 때 면접에 참여했지, 여직원은 참여를 하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여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회사 생활에 잘 순응하는 편인 데다가, 회사에 워낙 여직원이 없기 때문에 누구라도 한 명 오게 되면 그게 너무 고마웠을 정도이고, 3개월이라도 버텨주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좌우지간 그렇게 입사를 한 그녀는 일주일 정도가 되자, 

오전 8시 30분 출근시간을 어기고 매일 9시 반에 출근을 했다.

회계팀 부장님이 그녀를 여러 번 데려다가 타이르고 달래고 혼도 내보았지만 그녀는 꿋꿋했다.

그러던 어느 날, 휴게실에서 회계팀 부장과 내가 차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그녀의 지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내가 왜 무슨 일이냐 했더니 부장이 한숨을 푹 쉬면서 하는 말이

- 매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병에 걸렸데. 아침에 식구들이 양치하고 출근 준비하고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아서, 자기가 일부러 그 시간을 피해서 오는 거래요. 대신에 저녁에 늦게 가겠다고.

정말 내가 생각할 수 없던 상상밖의 이유를 들었는데, 내가 그런 병도 있어요 하면서 말을 하는 도중에, 

마침 우리 곁을 지나가던 그녀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우리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우리에게 똑바로 다가오더니 회계팀 부장을 쳐다보면서 따지듯이 물었다.

- 부장님, 제가 지금 지나가다가 들었는데 저에 대해 어쩌고저쩌고 무슨 말을 하신 거죠?

회계팀 부장이 웃으면서, 뭐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신경 쓰지 말아요라고 말을 했는데, 

그녀가, 아니 지금 두 분이서 어쩌고 저쩌고 저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의 지각 이유가 어이없기도 했지만, 두 분의 팀장님이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자기 이름이 들렸다고 와서 무슨 말 했냐 따지면서 '어쩌고 저쩌고'하는 그 표현이 너무 거슬렸었다.

참다못한 내가 그녀에게 팀장님들이 말씀하시는데 바로 와서 따지는 것도 조금 너무한 듯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란 표현은 귀에 거슬린다고 한 마디를 했다.


그녀 : 그럼 어쩌고 저쩌고라고 하지 않고 어떤 말을 해야 합니까?


나는 굳이 따질 거였으면, 그 말 대신에, 지금 팀장님들께서 저에 대해 어떤 말들을 하시고 계셨습니까 라는 표현도 괜찮다고 딱 잘라 말했더니, 그녀가 "예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그제야 떠났다.


그날 이후로 그녀가 약간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산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 남직원들과 그녀와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전무님이 그녀를 무척 아끼고 챙겨주셨는데, 그녀는 회계 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사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그녀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여러 번 충돌이 있어왔던 차에, 어느 날 전무님께서 팀의 부서장인 나를 빼고 내 직원들과 그녀를 회의실로 

불러서 업무 분장을 새로 하셨던 것이다.

굉장히 불쾌했던 직원들은 그런 업무분장은 부당하다고 전무님에게 항의를 했더니,

급기야 전무님께서 그녀는 회계팀 말단 직원이 아니라 자기 직속 직원이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화를 내셨고

내 팀들은 사건의 부당함을 나에게 보고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녀에 대하여 직원들에게 들은 내용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 수준의 내용들이었다.


- 아침에 9시 반에 출근하기

- 저녁에 집에 안 가고 사장님 실에서 자고 아침에 사무실로 나오기 (사장님실 소파나 의자에서 잤을 걸로 추정)

- 저녁 11시쯤에 퇴근하면 옆 사택 전무님에게 전화해서 집에까지 태워달라고 하고 가기

(전무님은 본가는 서울이었지만 주중에는 사택에 혼자 살고 계셨음)

- 또는 저녁에 택시 타고 퇴근하면서 택시비 달라고 하기 (자기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너무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 함)

- 점심시간에 회사 옆 사택 전무님 방에 들어가 냉장고 음료수와 과일을 빼먹고 전무님 침대에서 자기

- 실제로 전무님이 자기 방에서 뭐 꺼내 먹고 쉬라고 하면서 열쇠 주었음

- 집에 퇴근 안 하고 다음날 아침에 사무실 들어오면서 잔업했다고 수당 달라고 하기 (잠잔 시간까지 모두 포함?)

- 그 당시 회사에서는 사무직도 잔업수당을 주었음

- 식당 아줌마 휴게실에 들어가서 그 아줌마들의 개인 물건들을 덮고 자기

- 회계팀에서 여태껏 마트에 가서 커피믹스며 사 왔었는데, 그걸 자기가 인터넷으로 더 싼 걸 알아봐서 구매해서 회사에 이득을 주었다고 그 차액만큼 자기한테 보상해달라고 요구

- 회계일을 하면서 모르니까 선임이 설명해 주려고 하자, 그냥 더 잘 아는 선임보고하라고 자기는 다른 일 하겠다고 하면서 일 넘기기

- 내 팀 직원들 오라 가라 하면서 일 시키기


여기까지 전해 들은 나는, 내가 여기에서 전무님에게 직접 말을 붙여서 뭔가 개선을 한다는 것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무님이 그녀에게 왜 그러시는지 직원들 사이에서 말도 많았지만, 나는 이 일로 인해 전무님에게 직접 가는 대신에 우회해서 들어가는 방법으로, 사장님에게 주별 보고를 드리면서 말씀을 드렸다.


- 사장님, 혹시 경리과 신입직원이 사장님이나 전무님 또는 회장님 친인척입니까?


내 말의 의미는, 그녀가 뭔가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묻는 거였고, 

사장님께서는 내 말을 바로 들으시고는, 나를 보시면서 왜 무슨 일 있나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말씀드렸고, 그 말에 사장님께서는 굉장히 놀라시더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지? 전무가 나한테 진짜 똘똘하고 열심히 일하는 여직원이 들어왔다고 칭찬을 하길래

나도 잘됐다면 잘 키워보라고 했는데, 상당히 이상하네요 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사장님께서 사내 인트라넷으로 전무와 우리 팀원들 그리고 회계팀에 업무지시를 내리셨다.

- 여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잠자고 이러는 건 조금 불안한 감이 있으니, 너무 늦게 있지 말고 가능한 8시 이전에는 모두 퇴근을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요즘 영업/구매팀이 많이 부하가 걸려 있으니 회계팀에서는 영업/구매팀 업무 협조를 좀 많이 해주세요. 전무님은 사내 안전과 업무에 대한 걸 잘 챙겨보시고요 


이런 메시지를 받은 그녀는 바로 전무님 실에 가서 울고불고했는데, 그 이유인즉슨 자기는 회사 일이 서툴러서 진짜 열심히 배우려고 밤새서 일했는데, 왜 회사에서는 밤도 못 새우게 하고 집에 일찍 가게 하냐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어이없음)


그런데 그 다음날 사장님께서 전무님과 나 그리고 회계팀 부장과 그녀를 사장님실로 부르시더니,

내가 어제 우리 직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그거에 대한 답은 내가 여기 모든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겠습니다 하시는 것이었다.


누가 무슨 문자를 보냈을까? 우리는 서로 얼굴만 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아닌가!


- 사장님, 저는 이번 회계팀에 새로 입사한 직원입니다. 저는 회사일을 진짜 열심히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근무시간만으로 부족해서 저녁에 밤을 새워서라도 배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회사에서 밤을 새지 못하게 하고 저처럼 일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막으시나요?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고 회사에서 

잔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사장님께서 읽으신 문자 내용에 그녀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전무님은 진짜 안절부절못하셨다.


사장님께서는, 일은 그렇게 배우는 게 아니라, 근무시간에 윗사람의 지시를 따르면서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겁니다. 잔업 많이 해서 몸 상하는 걸 우린 원치 않고, 회사일에 너무 매달려 개인 생활이 없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평소 근무시간에 열심히 노력하시고 배우십시오라고 말씀하시며,

전무님에게도 한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이런 일에  전무가 나서는 것은 보기에 안 좋으니 전무는 뒤로 빠지시고 문제가 안 생기도록 

잘 지켜봐 주세요.


이 일로 인해, 전무님께서는 나를 부르셔서 그녀를 내 밑에서 내가 키워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시고는

그녀에게 해외영업을 가르치면 나와 같은 사람이 될 재목이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녀를 아끼는 전무님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리고 전무님한테 2가지 약속도 받았다.


1. 절대 지각하지 않기 (지각 3번 하면 퇴사조치하겠음)

2. 내 지시에 따를 것 (전무님 전속 지시를 받는 사람 아님)


이렇게 그녀가 내 팀으로 막내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녀가 내게 면담 요청을 해와

처음으로 그녀와 단 둘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면서, 내가 이사님 직원이 되면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건가요? 이사님이 아끼시는 직원들처럼 저도 이사님의 오른팔이나 왼팔이 될 가능성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길래 나는 해외영업의 비전을 제시해주고 그녀도 내가 지시하는 대로 잘 배우면 내 왼팔이든 오른팔이든 동료든 뭐든 다 될 수 있으니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마지막 말이 완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녀 : 제가 이사님을 도와드리면 이사님은 이 회사에서 최고가 되실 겁니다. 그러니 저한테도 충분한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나 : 내가 이민주 씨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민주 씨는 이 분야에 경험이 없으신데요?


그녀 : 그건 곧 이사님이 아시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제가 했던 일들은요, 진짜 그동안 하루 걸려 처리했던 일들을 3~4시간으로 줄여서 할 수 있도록 라벨 정리, 공간 정리 등이었고요. 그만큼 회계팀의 일의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그동안 그녀가 했던 서류들을 가져와보라고 했고,

어찌 보면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해 과대망상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차근차근 설명을 해보았다.


나 : 민주 씨. 자 생각을 해봅시다. 당신은 이 일에 경험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가르쳐서 내 직원으로 만들려고 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더 되겠습니까? 당신이 내게 더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녀 : 내가 이사님을 더 도와드릴 거라서 이사님이 더 도움이 됩니다.


나 : 알았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같이 일해봅시다.

그런데 나와 함께하려면 몇 가지 기본은 지켜갑시다.

첫째는 출근은 8시 반 엄수할 것. 3번 지각이면 알아서 퇴사하십시오

둘째 민주 씨 팀장은 나이니 전무님한테 직접 가서 보고하지 마십시오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화를 중단하고 전무님 하고 협의된 위의 조건을 제시했고,

그녀는 떨떠름했지만 내 포스에 기가 죽었는지 알았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그녀는 딱 일주일 안에 지각을 3번이나 했고

본인 스스로 나랑 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를 했다.


퇴사하기 전에 전무님께서 다시 한번 나를 부르셔서 해외영업팀에서 중요한 인재를 놓치는 거라며

나보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시던데..

그녀가 3번째 지각을 하자, 전무님이 회사 정문 앞까지 가서 안절부절못하며 그녀를 기다린 장면을 생각하면

참...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나조차도 감당키 정말 어려운 여직원이었는데,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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