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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Apr 19. 2023

봉래산 둘레길

[봉래산 둘레길]


초가을 산들바람

늦여름 열기를 몰아낼 즈음

숫처녀 같은 설레임으로

봉래산 둘레길로 접어들면


자갈길 사각대는 고운 소리

발아래서 온몸으로 전해 오고

그리스 산토리노 마을 같은

산기슭 동네들 정겹고 순박하다.


바다를 허리에 두르고

산자락 감아 도는 둘레길


남항대교 건너 저편엔

송도松島 품은 바다 아늑한데

복천사福泉寺 들어서서

샘처럼 마르지 않는 복을 빌어보고


층층이 정성 담아 쌓아 올린

소담하고 예쁜 돌담길 돌아나면

편백 숲 사이로 해풍이 지나고

마음엔 서늘한 바다의 노래 흐른다.


산과 바다는 어우러져

다채로운 풍광을 사방으로 펼치고


손봉孫蓬 자봉子蓬 지나서

봉래산蓬萊山 오르는 길은

해발 삼백구십오 미터

그 보다 더 가파른 클라이맥스


봉래산 정상에 올라서면

심술궂다던 영도 할매 전설은

아들 손자 향한 사랑처럼

살갑고 아름다운 얘기로 살아나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바람은 무심하게 산자락을 오가는데

생탁生濁 한 사발에 허기 달래면

봉래산은 어느새 마음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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