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경영인이나 어떤 기관의 장(長)은 그 조직의 리더다. 그 한 사람의 조직 운영능력에 따라 한 조직과 그 구성원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결코 그렇지가 않다. 방향 감각을 잃은 리더는 조직과 조직원을 목적지로 안내할 수 없다.
한 조직의 장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모두 다 언급하기란 불가능하겠으나, 여기서 핵심적인 사항만을 몇 가지 들어보기로 하자.
첫째, 편견을 버려라. 조직의 장이 한 조직을 이끌어 감에 있어, 암묵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특정의 부하직원만을 편애하거나 경원시한다면, 여타의 직원들은 소외감을 가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 조직의 和合을 해친다. 나아가서는 결사대만이 그 조직을 이끌어 가는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조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부하직원을 신뢰하라. 인간에게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남에게 배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조직을 위하는 충정에서 우러난 부하직원의 건의나 의견을 무시하고 오히려 면박주기를 일삼는다면, 그 직원은 거기에서 느끼는 모욕감과 배신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설욕의 기회를 벼르게 될 것이다. 부하직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사는 불행한 자이다. 절대 부하직원을 신뢰하라. 그러면 그도 당신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셋째, 독선은 금물이다. 사회의 민주화 못지않게 직장 내 민주화 또한 중요하다. 조직의 당면사안에 대해서 관리자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분업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 당해 조직이나 관리자에게 반대되는 의견의 제시를 억압하거나 침묵을 강요함으로써, 형식적인 합의(合意)를 도출해 놓고 마치 올바른 합의가 조성된 것처럼 우기는 사회나 조직이 곧 독재사회요 독재적인 조직인 것이다. 독선, 이것은 조직경영에 있어 마땅히 경계해야 할 요소이다.
넷째, 일과 사람은 똑같이 중요하다. 당신은 일을 더 중시하는가? 아니면 사람을 더 중시하는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우문(愚問)이다. 당신은 후일 일로써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함께 일을 했던 동료나 부하직원에 의해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일이란 크게는 국가와 사회를 위하는 것이요, 작게는 조직을 위하는 것이며, 더 작게는 당해 조직 구성원(의 자아실현)을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조직을 구성하고 사회와 국가를 만든다. 인본주의를 명심하라. 일을 위해 사람을 잃느니, 사람을 얻기 위해 일을 양보하는 편이 백 번 낫지 않을까?
다섯째, 조직의 장은 한 집안의 아버지다. 한 집의 가장인 아버지가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으면, 그 집안은 이내 곤드레 집안이 되고 말 것이다. 조직의 長은 한 가족의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으면 그 조직 구성원들 모두의 마음은 얼어붙게 마련이다. 권위나 존경은 딱딱한 표정이나 강압적인 위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감동이나 신뢰심에서 나온다. 먼저 인사하고 웃어라. 얼굴을 밝게 펴라.
위에 적어본 것들 중 몇 가지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개성을 버리고 원만함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칠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자는 그 자신의 개성을 조직전체를 위해서 감출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특히 그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조직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지에 대해서 투명한 정책을 제시하여 그 조직 구성원들이 신뢰를 갖고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해야 할 것이다. 9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