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에서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부터 시작된다. 보통 5시 30분에 눈을 뜨고 꼭대기층 트랙을 달린다. 보통 아무도 없다. 3바퀴 뛰면 1마일이 조금 넘는다. 10바퀴 정도 뛰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한바퀴 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땀을 식히고 난 후 피트니스 센터에서 45분간 스트레칭과 요가 명상으로 몸을 풀고, 방으로 돌아와 샤워 후 옷을 갈아 입는다. 마침내 아침 식사 시간, 창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과 합석해 그들의 여행 이야기와 경험을 나눈다.
식사를 마치면 꼭대기층 수영장 근처로 향한다. 그늘에 자리를 깔고 낮의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졸고, 책을 읽고, 간간이 주변을 구경한다. 점심은 간단히 부페에서 해결하거나 다른 식당을 찾아 새로운 사람들과 또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오후가 되면 다시 낮잠과 독서, 가벼운 산책으로 시간을 보낸다. 지중해의 11월 날씨는 온화하여 반팔과 반바지만으로도 충분하다. 햇살 아래 누워 졸고, 그늘에 비치 타올을 덮고 또 한숨 자는 사이 하루의 절반이 지나간다.
저녁이 되면 정찬 식당에서 일찍 식사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다시 트랙과 스트레칭으로 하루의 운동을 마무리한다. 하루 평균 2만 보, 약 12마일을 뛰고 걷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상쾌하다. 그동안 집 팔고 짐정리 하느라 약 2달간 운동을 못했는데 다시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어 너무 좋다. 하루 세끼 기름진 음식으로 무책임해진 몸은 운동으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크루즈 한번 마치면 8파운드 체중이 늘어난다는 이야기 까지….
밤에는 독일어 공부를 위해 책을 읽다가 졸리면 일찍 잠자리에 든다. 가끔 바깥 활동을 할 때는 아침을 늦게 먹고, 저녁에 몇 시간 걸으며 바람을 맞다가 돌아와 식사를 한다. 난 침구에 조금 예민한데 크루즈의 침대나 매트리스 및 침구는 만족할 만하다. 크루즈에서의 일상은 여유, 사람들과의 소통으로 이루어진 천국 같은 하루다. 식사를 기다리고, 잠시 누워 쉬고,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날들이다.
넓은 배 어디서나 쇼, 미팅, 카지노, 이벤트 같은것이 하루종일 일어나지만 쾌락과 유흥등 그런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야 술을 안마시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하루종일 무제한 술이 제공되니…
이곳에서는 인터넷도, 일상적인 걱정도 잠시 내려놓는다. 오직 현재의 순간, 바람과 햇살,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삶의 즐거움만이 남는다. 크루즈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단순하지만, 무엇보다 풍요롭고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