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Bipolar)환자의 시선에서 본 하루
아침이 밝았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오늘은 모든 것이 가볍다.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끝없는 계획이 쏟아진다.
“오늘은 책을 한 권 쓰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만찬을 열자. 아니, 내일은 직접 작은 전시회를 열어도 괜찮겠다.”
거울 속의 나는 유난히 생기가 돌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따금,
“내가 세상을 구할 수도 있겠어.”
하는 엉뚱한 확신마저 들 정도다.
이런 날은 참으로 달콤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달콤함에는 반드시 쓴맛이 따라온다는 것을.
오후가 되자,
모든 것이 느닷없이 무거워진다.
처음엔 잠깐의 피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머릿속이 웅웅 울리고, 손끝까지 짙은 회색 그림자가 스며든다.
“방금 전까지 분명 괜찮았는데.”
어떤 이유도, 논리도 없이
세상이 갑자기 멀어지는 기분.
전화벨이 울려도 받지 못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것조차 버겁다.
창밖을 내다보며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시간은 고요하게, 그리고 무겁게 흐른다.
저녁 무렵,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어쩌면 손바닥 안에 다시 내 하루를 쥘 수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아무것도 붙잡히지 않는다.
그저, 텅 빈 공기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밤이 오면, 나는 다시 나를 끌어안는다.
“오늘은 이만큼 견뎠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조용히 나 자신을 토닥인다.
때로는 고요한 밤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하루를 통과했다는 것,
그 자체로 작은 승리니까.
이것이 나의 하루다.
파도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정하지만,
어느 한순간도 거짓되지 않은, 진짜 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