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 뿌리, 그리고 노년에 필요한 생존의 예술
문득 거울 앞에 서서 다리를 바라본다.
오랜 세월을 걸어온 종아리에는 마치 고목의 뿌리처럼 굵고 선명한 혈관이 얽혀 있었다.
젊은 날 탄탄하던 근육의 선은 희미해졌고, 대신 세월이 새긴 무늬가 깊게 드러났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중얼거렸다.
“이제 내 몸에도 자연이 깃들었구나.”
그러나 이 자연스러움에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움직임을 게을리하면, 혈관은 정직하게 반응한다.
흐르지 않는 강이 썩듯, 혈액도 고이면 응고된다.
그것이 바로 심부정맥혈전증(DVT)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응고된 핏덩이가 뜻하지 않은 순간에 폐로 날아가 폐색전증(PE)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떠난다.”
이 무서운 한마디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노년기에 운동이 필수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살고 싶다면 움직여야 한다는 진리 때문이다.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걷고, 스트레칭하고, 종아리를 수시로 움직이는 것은 노년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목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온다.
운동이 귀찮아질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금 소파에 눕는 것은 관 속에서 리허설하는 것과 같다.”
이 유쾌한 충고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몸을 일으킨다.
또 가끔 종아리를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이토록 정성껏 뿌리를 내리는 걸 보니, 언젠가는 나무로 변신할 생각이었나 보구나.”
나만의 유머에 살짝 웃으며, 다시 발목을 돌린다.
운동을 마친 후 땀에 젖은 셔츠를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를 칭찬한다.
“이 땀방울은 고통이 아니라 생명 연장의 계약서다.”
죽음과 거래하지 않고, 삶과 계약하는 작은 발걸음에 미소 짓는다.
노년의 건강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움직임의 꾸준함에서 지켜진다.
걷는 것, 숨 쉬는 것, 가볍게 땀을 흘리는 것.
이 단순한 행위들이 깊은 지혜를 품고 있다.
종아리에 얽힌 뿌리를 보고 한숨짓기보다, 미소 지으며 발을 옮기자.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을 살리고, 내일의 삶이 다시금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줄 것이다.
노년이란, 어쩌면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