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기술
드디어 봄이다.
겨우내 온몸을 감쌌던 공기 중의 찬기가 사라지자, 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가볍고 경쾌해졌다. 바람도 부드럽고, 아침 햇살도 한결 따뜻해졌다. 나는 여전히 은퇴 후 아침 6시 45분이면 라이프타임에 출근한다. 출근이라 해도 사실상 ‘회춘하러’ 가는 길이다.
나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27번쯤 이곳에 나온다. 누가 보면 직장보다 더 성실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겐 이곳이 은퇴 후 최고의 투자처다. 투자대상은 주식도, 부동산도 아닌 바로 내 몸뚱아리. 건강이라는 복리의 기적을 실현하는 현장이다.
라이프타임은 꽤 새 건물이라 시설이 반짝반짝하다. 특히 거울. 벽마다, 심지어 기둥마다 대형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어떤 거울은 영화관 스크린만 하고, 또 어떤 건 아예 천장까지 이어진다.
예전에는 운동하면서 거울을 잘 안 봤다. 굳이 내 뱃살이나 어깨 근육의 부재를 확인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거울, 이게 꽤 쓸모 있는 물건이다.
특히 ‘간접 시선 확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겨울엔 룰루레몬 타이즈 천지였다. 몸에 착 달라붙는 긴 레깅스는, 날마다 앞뒤 좌우에서 시선을 훔쳐갔다. 그런데 이제 봄. 타이즈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반바지가 대신한다. 룰루레몬 반바지,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는 기막힌 재봉선은 엉덩이 라인을 예술작품 수준으로 잡아준다.
솔직히 말하자면, 문제는 나 자신이다.
예쁜 엉덩이가 바로 눈앞에서 스쿼트를 하고 있어도, 이젠 직접 눈을 두는 게 어딘가 찔린다. 나이 탓인지, 혼자 된 지 오래라 그런지, 아니면 사회적 양심이 작동하는 건지. 아무튼 직접 보면 마음이 찝찝하다.
그런데, 여기서 거울이 진가를 발휘한다.
우연히 거울을 통해 옆자리에 있던 운동 그룹을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그들의 뒷모습. 아니, 정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거울 각도’ 덕분에 눈앞에선 안 보이던 풍경이 4K 화질로 펼쳐졌다.
정면으로 보면 뭔가 민망하지만, 거울을 통해 보면…
음, 그건 단지 폼 체크일 뿐이다.
내가 지금 거울을 보고 있는 이유는 자세 교정, 운동 효율 향상, 그리고… 회춘의 기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은 노력일 뿐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거울 운동법’의 선구자다.
게다가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본다는 명분이다.
거울에 비친 내 어깨선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팔꿈치 각도도 개선됐고, 복부는 여전히 문제지만, 애써 무시하면 되니까. 그리고 내 뒤편, 거울 속 풍경은 그저 ‘배경’일 뿐이다. 아트다. 현대미술이다. 움직이는 조각상들.
이쯤 되면 운동이 재미없을 리 없다.
매일 거울 속 내 자세를 보며, 숨결을 조절하며, 자세를 교정하는 척하면서… 나는 오늘도 회춘한다.
근육도 조금은 생긴 것 같고, 어깨도 덜 굽은 것 같고, 무엇보다… 마음이 활기차다.
사우나를 마치고 라이프타임을 나서며 나는 다시 다짐한다.
“내일도, 내일도 거울 속 나와 함께 운동하자. 그리고 그 뒤에 살짝 비친 봄의 풍경도…”
그게 엉덩이든, 햇살이든, 아니면 그냥 내 땀방울이든 말이다.
오늘도 회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