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은 머뭇거리고, 바람은 스산하게 불어온다.
이른 아침, 골프장은 텅 비어 있다.
사람들은 따뜻한 집을 택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날을 기다린다.
앞뒤로 아무도 없는 필드.
캐디도, 그늘집도 없는 완전한 자유.
나는 이 순간을 ‘독고다이 황제 골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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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티샷이 엉뚱하게 나가도 괜찮다.
다시 치면 된다.
원하는 만큼, 잘 맞을 때까지.
누구의 시선도 없고, 시간의 재촉도 없다.
공이 어디로 날아가든, 조용한 필드는 묵묵히 나를 기다려준다.
해저드에 들어가 공을 찾다 보면, 주머니 한가득 다른 골프공들이 들어선다.
정작 내 공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것마저 웃음으로 넘긴다.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퍼팅도 복잡할 것 없다.
적당하면 그냥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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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바랜 필드 위로 찬 바람이 지나가고,
멀리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흔들린다.
조금은 스산한 이 적막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깊이 몰입한다.
단 한 번, 드라이버 샷이 시원하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
그 손맛 하나면 오늘은 충분하다.
클럽을 접고 돌아오는 길,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가볍고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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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는 사우나도, 번잡한 로비도 없다.
카트를 반납하고, 클럽을 챙겨 조용히 차에 싣는다.
혼자서,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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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날씨가 조금 풀린다고 한다.
혹시 함께 칠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또 한 번, 나만의 황제 골프를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