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완성되는 자연의 의식
꿀벌의 사랑은 야생에서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교미는 '공중 교미(flight mating)'라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되며, 종 내부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정교한 의식이 수반된다.
여왕벌(Queen bee)은 보통 4월에서 6월 사이, 성숙 후 약 1~2주 이내에 교미를 위해 둥지를 떠난다. 이 교미는 여왕벌 일생 동안 단 한 번,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며, 이후 평생 동안 알을 낳기 위해 정자를 저장한다. 교미 비행은 맑고 따뜻한 날, 섭씨 20도 이상의 기온에서 주로 시도된다.
수벌(Drone bee)들은 특정한 장소, 이른바 교미 집합장(Drone Congregation Area) 에 모인다. 지상으로부터 약 10~40미터 높이의 이 공중 공간은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수벌들이 여왕벌을 기다리며 형성된다. 여왕벌이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빠르고 강한 수벌들이 그녀를 따라 교미 경쟁을 벌인다.
여왕벌은 특유의 페로몬을 분비해 수벌들을 유혹한다. 수벌들은 이 신호를 감지하고 빠르게 접근하여, 치열한 속도와 체력 경쟁을 벌인다. 가장 건강하고 민첩한 수벌이 여왕벌의 복부 아래쪽에 접근해 교미를 시도한다.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이 교미는 약 2~5초 정도 지속되며, 교미를 마친 수벌은 생식기를 여왕벌 내부에 남긴 채 즉시 생을 마감한다.
여왕벌은 한 번의 비행 동안 평균 10~20마리의 수벌과 교미하여 충분한 양의 정자를 확보한다. 확보한 정자는 정낭(Spermatheca) 에 저장되며, 이후 평생 동안 필요에 따라 수정란(일벌과 여왕벌) 또는 무수정란(수벌)을 생산한다.
교미 과정에서 수벌의 생식기가 여왕벌 내부에 남아 다음 수벌의 교미를 일시적으로 방해하는데, 이는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다. 살아남은 수벌들은 다른 여왕벌과의 교미 기회를 찾아다니지만, 가을이 오면 대부분 먹이를 얻지 못하고 죽는다.
꿀벌의 교미 과정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의 극적인 한 장면이다. 오직 가장 강하고 건강한 수벌들만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 여왕벌은 짧은 교미 기간 동안 수천만 개의 정자를 확보해, 평생 건강한 군집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공중 교미 방식은 근친교배를 피하고 다양한 유전자를 받아들이게 해 꿀벌 집단의 생존과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전략이 된다.
자연이 설계한 이 정교한 사랑의 의식은, 꿀벌이라는 작은 존재들이 세상을 이어가는 큰 비밀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