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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Dec 12. 2020

광고에서 '기후위기'를 만나는 짜릿함

[광고]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광고

TV나 영상을 많이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것이 광고다.

짧으면 15초, 길면 1분 30초 정도의 시간에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어필해야 한다. 물론 요즘은 유튜브 광고나 게임 광고 중 5초 짜리도 있기도 하다. TV를 보는 중간에 볼 때는 광고의 시간이 길지 않은 것 같은데 게임 중에 광고를 보다 보니 30초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한화라는 그룹은 현재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시설 판매 사업을 가장 크게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약 2~3년 전부터는 한화의 광고는 '태양광'이나 '친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감각적으로 잘 만들어 낸다.

2018년의 광고에서는 "서해의 작은 섬 죽도는 한화의 해피선샤인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로 홀로 서는 에너지 자립섬이 되었습니다. 햇살을 나눠 내일을 키웁니다." 같은 느낌의 광고를 만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태양광 사업은 '친환경'의 이미지가 강했고, '태양광 산업을 하는 한화는 환경을 지키는 기업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태양광이 신재생 일지는 몰라도 친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그 광고가 나에게는 게 먹히지 않았다.

- 2016년 말 즈음부터 산지 태양광의 문제가 계속되고 커져서 대응을 하고 있기도 했고,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이 신재생 일지는 몰라도 친환경은 아니라고 웹툰을 만들었다가 에너지 활동가들과 다투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 9월부터는 "탄소는 발자국을 남긴다. 기후위기의 원인, 탄소"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워서 광고를 하고 있다. 처음에 이 광고를 보고 들었을 때는 잘못들은 줄만 알았다. 기후위기라는 말은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부부처를 포함한 많은 곳에서 아직까지도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익광고도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광고에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센세이션 했다. 심지어 한화는 6월에 내보인 <태양의 숲 10주년> 광고에서는 기후변화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기업의 광고는 사용자의 니즈나 사회의 분위기를 잘 읽어내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환화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자인 국민들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홍보담당자가 누구인지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는 격하게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바뀐 사람들의 기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광고를 통해 제대로 확인한 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아직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까지는 가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화가 그런 광고를 하면서 사람들은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한 껏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왜 기후변화가 아닌지 궁금해서 찾아본 사람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약간의 대리만족을 느꼈다.

얼마 전에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시작하는 광고를 만들어냈다. 결론은 사업에 대한 홍보였지만 그래도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저런 광고를 만들고 TV에 송출할 수 있는 돈이 있었다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사회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도 기존의 기술과 경제성을 부각하던 광고 방식에서 '환경'을 앞세운 광고로 바뀌고 있다. 

2017년에 나온 광고는 "에너지를 만드는 기업, 세계 31개국에 에너지를 수출하는 기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2019년에 나온 광고는 <TV탐험 동물의 세계> 배경음악에 보호종 동물들이 나와서 "지구 위해! 자연 위해! 우~하~ 우하~ 우~하!"라며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연출이 된다. 심지어 해외에 수출된 광고까지도 동일하게 연출했다. 해외 버전이 먼저인지 국내 버전이 먼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업로드 순서는 국내 것이 먼저) 동일한 연출을 했다는 것은 환경을 앞에 내세우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먹히는 트렌드라고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 에너지 하면 효율을 먼저 따졌다면 소비자들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덜 오염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친환경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우리가 참 귀여워하던 "우리 아빠 콘덴싱 만들어요~"라고 말하는 경동나비엔의 경우 환경을 포함한 광고를 하고 난 뒤 매출이 올랐다고 알고 있다. 경동과 귀뚜라미는 보일러 업계에서는 라이벌 같은 존재인데 매출이 정확히 공개된 것이 없어서 어디가 이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러 분쟁으로 경동이 조금 앞서고 있는 것을 지레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매출의 차이가 광고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경동은 2016년부터 환경을 지키는 보일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콘덴싱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보일러를 사용하면 (그 당시)기후변화를 줄이고,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먼지와 관련된 광고가 나왔을 때는 전국이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싸고 있을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경동의 광고 담당자도 시대상황을 잘 읽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경동의 특이한 점은 기술팀도 이를 잘 읽어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대기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콘덴싱 보일러의 수요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귀뚜라미와 달리 5~6년을 꾸준히 친환경과 콘덴싱으로 어필한 것이 빛을 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아빠가 콘덴싱을 만든다고 제대로 각인시켜준 귀여운 아이 덕분에 '경동=콘덴싱'의 이미지가 아주 강하게 박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환경운동하면서 많이 들은 얘기는 "환경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환경이 메인이 되어도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이렇게 광고가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시대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소심하게는 늦어서 아쉽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반갑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활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 개인의 노력은 이제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물론 지구의 지금 변화 속도로는 나부터 잘하는 것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 그분들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 환경에, 혹은 환경의 오염과 변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이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 바뀌게 되고 법이 바뀌게 되기도 한다. 결국 여론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 거창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팩 우유에 붙은 빨대를 모아서 기업에 보내고, 기업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활동은 무모하고 쓸모없는 활동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변화를 도모하고 그 요구를 받아들인 기업이 하나라도 있었으니 우리의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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