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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14. 2021

단 하루를 살아도


10일간의 단식을 마무리하고 위장을 회복하는 회복식 3일이 지나갔다.

지난 두 달간 찌웠던 4.3킬로가 빠졌다.

좋다기 보단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니 본전 생각이 났다.

처음 단식을 할 때는 매일 500그램에서 1킬로씩 빠지더니 이제는 그렇게 훅훅 내려가지는 않는다


늘었던 몸을 정리하니

"음, 그동안 나 뭐한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13일간이 지난 몇 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면

오늘은 지난 13일의 시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흐트러진 생활리듬을 잡으면서 집 나가 있던 생각을 모으는 시간이 되고 있었다.

백팔배를 매일 하고 있고 가볍게 산책을 한 후 계단을 이용한다.

어제는 아침 공기가 신선해서 풍욕을 했다.

목욕탕에 못 가는 상황이니 냉온욕을 못해 아쉽지만 오래간만에 풍욕을 하니 좋았다.

솔직히 풍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풍욕을 해주었다

풍욕은 이불을 덮었다 벗었다 하면서 바람으로 목욕을 시켜주는 자연요법의 하나이다.

풍욕은 냉온욕보다 더 강력한 치유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지루해서 아가에게 해주고 있으면

딱 졸기 십상이다.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했는데 늘어진 테이프도, 테이프 속   목소리도  듣기 싫어했다. 그때를 떠올리니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지루하던 풍욕을 열심히 했던 것은 막내 아이 임신했을 때였다.

시골집에 살고 있어서 이불 대신 방을 이용했다. 시골집은 방안에 방이 있어 거실을 통하지 않아 아주 좋았다.

방하나는 온도를 높여놓고 두 개의 방을 오가면서 아이들과 놀이처럼 했던 그 기억은 아직도

입꼬리를 올리는 추억이다.

그렇게 지루하게 늘어진 테이프 대신 세상 좋아져서 유튜브에서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풍욕을 할 수 있었고  예전 목소리보다는 좋아서 거부감은 덜했다.


풍욕을 하면 좋은 점들이 많다. 우리가 매일 음식을 먹고 공기를 호흡하고 피부로 많은 물질을 만나면서 몸안에는  많은 독소들이 들어온다. 그것을 대사과정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원활하게 배출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배출이 안되면 그대로 몸안에 노폐물로 쌓이게 된다. 내보내는 방법은 몸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내보내 진다. 내장기관을 거친 대, 소변을 비롯해서 피부나 땀구멍으로도 내보내게 된다. 음식은 간과 신장에서 걸러주는 과정이 있어 일정 정도 독소가 배출된다고 하는데 피부로 들어온 독소는 대사과정이 없기 때문에 피부로 들어온 독소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음식의 대사 역시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 소화기관의 기능이 원활해야 노폐물 배출이 가능하다.


독소와 노폐물을 생각하면 아주 단순하다

들어온 만큼 내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때 피부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으면 독성 산소가 몸에 그대로 쌓여 만성질환을 비롯해서 암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풍욕을 해주게 되면 피부건강은 물론 노폐물 배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새벽녘이라 밖은 아직 컴컴하다.  간간히 차들만 아파트를 벗어나고 적막한 시간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풍욕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했다.


'이런 할 일이 더 늘어났네 '

일을 간소화하는 것이 이번 단식의 목적인데 일을 늘리고 있구나

피식 웃는다.


몸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했던 나의 많은 변화들이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을 목표로 했던 4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변혁의 시간이다.

물 한잔을 마시고 체중을 잰다


'앗, 마시기 전에 쟀어야 했는데...'

13일의 변화를 단지 숫자로 환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가여운 중생이란'


가톨릭 신자인 나는 아버지께 "이해해주실 거죠" 하며 체중계 옆 기도상을 쳐다본다.

아이들을 깨우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후에 가볍게 산책을 하고 들어와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모델 이소라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녀가 하루 동안 먹는 음식을 이야기한다.

'참나, 나도 혼자 살면 저렇게 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혼자 살면서 저렇게 챙겨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태초부터 날씬했을 것만 같았던 그녀도 맥주를 마시면 붓고 며칠 맥주를 마시면 조절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타고난 지방세포가 많은 소아비만이 족쇄처럼 느껴져 엄마 뱃속에서부터 만들어진 날씬녀들은 좋겠구나 생각하지만 그녀들도 절제와 관리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아침에 본전 생각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술을 좋아하는 나는 도수 상관없이 잘 마셨다. 술을 좋아해 술 만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으니 알코올 예찬이 대단했었다.

그러다 단식을 하고 나서는 독주를 마시지 못하게 됐다.

양도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 맥주를 사랑한다. 홉의 양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맥주를 좋아한다.

계량화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커피도 비슷해서 맥주와 커피를 좋아한다.


가까이하지 않아도 사랑은 할 수는 있으니깐.


문제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 맥주를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강제적으로 금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상 속 그녀는 복잡한 요리과정 없이 간소하게 먹는다. 고기가 먹고 싶으면 고기를 먹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몸이 원하는 것을 먹어주며 단순한 조리법과 즐겁게 먹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 촬영이 있다고 평소 좋아하는 단것을 먹지 않는다며 야식을 먹지 않기 위해 냉장고에 테이프를 붙이기도 했다. 물론 퍼포먼스이겠지만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 년 만에 본 그녀는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예인이라서 좋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영상이겠지만 나에게 좋은 것을 할 때는 분명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몸으로 느껴진다. 화를 내면 벌써 심장을 누가 한 대 때리는 것 같아 화도 잘 안 내게 된다. 몸의 반응에 예민하다는 것은 레이다를 자신의 몸에 가져도 놓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아무렇치 않게 먹게 된다. 분명 화를 낼 만한 행동들을 머리로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미 조심한다는 사실이다


생활로 습관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 굴레가 된다. 지금 막 하려고 했던 것도 누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는 것처럼 다이어트도 , 운동도, 단식도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등짝에 붙어있는 묵은 때처럼 느껴질 것이다. "한번 사는 인생 그렇게 까지 하면서 살아야 해 "라고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 아프지 않아 행복하게 오래 살았던 122세 비녀 할머니처럼 몸이 원하는 대로 하면 쉬워질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다.


생활로 습관으로 삶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즉, 몸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식을 주기적으로 해주면 매운 것 자극적인 것을 먹기 힘든 태초의 혀의 미각으로 돌아간다. 몸 역시 엄마가 처음 만들어주신 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단단한 몸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몸을 초기화하는 것처럼 일과 삶을 초기화하고 재정비하고 있는 이번 단식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단 하루를 살아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  자기 주도적인 삶은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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