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작을 마음과 몸의 가다듬기로 시작해 온 것이 2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시작은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는지를 전혀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을 해 보았지요. 하루는 이 책을 읽고 노트를 하기도 했고, 다른 날은 눈을 감고 묵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날 늦게 까지 사람들과 이울린 날은, 아침의 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출근하기에 바빴지요.
매일 해야 하겠다는 생각만큼은 늘 있었기 때문에, 불규칙한 생활이 조금씩 줄어들어 갔습니다.
새벽에 잠에서 깨면, 몸은 뻑적지끈하고, 정신은 몽롱하면서도 온갖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그것을 가다듬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을 했지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것을 그대로 일기장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쓰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써 나갔지요. 그리고 누구에게 보여 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써 나갔습니다.
일기 쓰기를 시작했던 순간은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계속 써나가는 동안에 머리가 점점 맑아져 왔습니다. 그래서 정신이 맑아질 때까지 쉬지 않고 썼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이 그냥 흘러갑니다.
일기 쓰기가 끝나면, 체조를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것이 2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거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책상 앞으로 나와서 일기 쓰기를 시작하고, 끝나면 체조를 하고, 샤워를 합니다. 거의 두 시간이 흘러갑니다.
나는 이 시간을 하루의 워밍업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매일매일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오히려 점점 더 몸과 마음이 탄탄해지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죠.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중요한 습관이 되었고, 어떤 일보다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다른 것에 자리를 내줄 수 없게 된 것이죠. 마치 새벽기도 시간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 되었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마지막 황제로서 매우 성실한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당대의 가장 훌륭한 교사들로부터 꾸준히 가르침을 받았고, 황제로서 사람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늘 성찰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명상록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삶은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을 아쉬워하지 말라. 생을 조금밖에 누리지 못한 사람이나 장수한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 삶의 기간이라는 것은 무한한 시간에서는 차이도 나지 않는 소소한 것에 불과하다.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고 오지 않은 시간은 불확실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시간뿐이다.”
종말론적 신앙이라는 것은 오늘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정신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이런 정신으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의 명상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성을 마치 당장이라도 돌려주어야 할 것처럼 순결한 상태로 간직한다면......” (주 1) 이렇게 자신의 삶에 받은 것을 오늘이라도 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탐욕 때문입니다. 없어도 될 것을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진정으로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 시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죠.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의 속성이 이런 고통의 한 가지 이유이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사회에 유익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한 것임을 갈수록 깨닫게 됩니다.
삶은 놀이터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행복한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같이 놀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자신과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면, 내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이 있어야만 하지요. 그것을 많이 만들어갈수록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은 늘어납니다. 그리고 점점 행복해져 가는 것이죠. 이 놀이판을 키워 나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요?
(주 1)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천병희 역, III-12 , 도서출판 숲, 2024.
올바른 이성에 따라 지금 해야 할 일을 진지하게 온 힘을 다해 호의적으로 행하고, 어떤 것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너자신의 신성을 마치 당장이라도 돌려주어야 할 것처럼 순결한 상태로 간직한다면, 네가 이런 원칙을 고수하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거나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에 따르는 현재의 활동과 네 말과 발언에 담긴 영웅적인 진실성에 만족한다면, 너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