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서 #1/5

고된 생을 살아낸 한 청춘의 마지막 편지

by 마지막 네오

안녕? 친구…

너에게 나 이렇게 편지를 쓴다.


여름이 푸르게 깊어가다가 이제 나무들도 잎사귀도 가을의 정취를 맑게 받아들이고, 강물도 더욱 시원하고 차가워졌으며, 하늘도 높고 푸르건만.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날 나는 너에게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쓰고 있다.


친구,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친절하고 솔직하며 믿음을 준 사람이다.

내 마지막 유서와도 같은 이 편지를, 그래서 너에게 남기기로 했다.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내 이름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너도 생각날 거다. 내 이름이 참 멋지고 좋은 이름임에도 누구에게 불리는 것을 참 싫어했다는 것을.


‘무결(無缺)’


아버지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두 번째로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던 그날. 아버지는 목청껏 외쳤지. 내 이름을…

무엇도 부족함 없는 그 심정을 빗대어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사람의 소망은 신의 질투나 능력 앞에서 아무리 사무치는 소망이라 할지라도 때로 시험에 들거나 정반대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나는 무결은커녕 결점 투성이었다.

태어난 지 오래지 않아 그 좋은 이름이 바뀌어버렸거든.


그날따라 비가 엄청나게 퍼부었다고 들었다. 마치 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비를 혼자 다 맞으신 듯, 그 모습은 참으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라 했어. 너무나 무서운 모습이라 했지. 아버지의 왼손에는 빗물 반 소주 반 섞인 술병이 들려 있었고, 얼굴에도 눈물 반 빗물 반으로 흥건했다지.


한 번도 그렇게 술을 마시지 않던 분이라고 아주 먼 훗날에야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지만, 아버지가 왜 그렇게 취했던가, 그것은 내 이름이 바뀌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탄생이 아버지가 가진 행복 중 두 번째라고 말했었지. 그 두 번째 행복은 어이없게도 아버지의 가장 소중한 첫 번째 행복을 빼앗아버렸다.

나를 낳은 후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엄청난 피를 쏟아 수술실을 피바다로 만들어버린 어머니는, 그렇게 병원 침대에 계속 누워계시더니 결국 두 번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지 못했거든.

엄마가 죽던 그날, 내 이름은 그날부터 바뀌었던 거야.

‘악마’라고…


어머니 장례식에서 돌아오신 아버지는 그렇게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힘없이 무너져 내린 모습으로 술만 간혹 들이켜며,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내 옆에 앉아서 퀴퀴한 술 냄새를 풍기며 밤새도록 읊조리듯 노래하다가 다시 소리 죽여 울기도 했다가 머리로 벽을 쿵쿵 들이받기도 했던 거 같다.

나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아이고… 귀여운 내 새끼…’ 하다가도 금방 돌변해 당장이라도 나를 죽여버릴 듯이 노려보며, ‘악마 새끼! 다 너 때문이야… 넌 재앙이야 재앙!’ 하며 소릴 질러댔지.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아버지는 회사에서 한쪽 팔을 잃는 사고를 당하셨어. 노후된 고물 기계톱에서 나사가 빠지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톱니가 튕겨 나와 번갯불을 일으키며 땅바닥에 한 번 튀더니 술이 덜 깨서 바보같이 서 있던 아버지에게 날아갔다고 하더라고.

아버지는 20여 년 넘게 사고 없이 공사장에서 일했는데, 갑자기 변을 당하신 거야. 한 마디로 하루아침에 ‘병신’이 된 거야. 이건 정말 악마의 짓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 들 만큼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져 버린 거지.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잃고 만 거야. 이런 모든 불행이 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여 재앙을 불러오는 악마 같은 놈이라고…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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