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서 #2/5

고된 생을 살아낸 한 청춘의 마지막 편지

by 마지막 네오

나는… 너에게만은 꼭 말하고 싶었다.

세상 모두가 내게 단단히 삐뚤어진 깡패 같은 놈이라고 했지만, 넌 언제나 내게 다정했었지. 내가 거칠고 무섭게 굴어도 통 겁도 먹지 않고, 오히려 항상 내게 다정한 친구처럼 굴던 네 녀석에게 툭하면 손찌검도 했지만. 네놈도 참 신기한 녀석이라 생각하게 된 건 어떻게 그걸 다 참아내면서도 내게 다정할 수 있었느냐 하는 거야. 지금도 잘 이해가 안돼.


배고프다고 우는 나를 어머니의 동생. 그러니까 나한테는 이모 되는 두 사람이 챙겨주긴 했지만, 불쌍한 아버지는 그렇게 점점 더 폐인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고층 건물 옥상으로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셨나 봐.

끝까지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은 가지런히 예를 갖추듯 난간에 벗어둔 신발 옆에 놓아두고… 난간 끝에서 하늘을 붙잡으려 손을 내밀었어.

바닥에 널브러진 아버지의 손에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미소가 담긴 사진 한 장이 꼭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행복해야 했을 새 생명의 탄생은 결국 그렇게 저주가 되었던 거야.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나는 이렇게 고아가 되어버렸다. 고아… 젠장…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막내 이모네 집에서 길러졌어.

친구, 너도 본 적이 있을 거야. 마치 내 어머니 인양 너에게 친절한 척하던 그 여자 말이야. 왜 아버지 쪽 친척들은 나를 챙겨주지 않았는지 궁금하겠지!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개새끼들이야! 나쁜 족속들 말이야.


아버지가 집안에서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아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세상에 홀로 버려두었어.

한 여자를 위해서 법관 공부까지 포기한 아버지에게 모두가 손가락질하며 욕만 해댔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은 그들에게는 보잘것없는 것이었고, 성공을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어.


아! 적어도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객관적으로야 모두가 사회에서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지. 고종사촌 형님은 변호사야. 나랑은 완전히 반대였지. 내가 아는 누님이 하는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다가 결국 내 주먹에 이빨이 두 개나 부러졌는데, 처음으로 그 인간 때문에 철창이란 곳을 둘러보았지.

작은아버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검사래. 그 아들놈인 사촌 녀석은 의사. 매일같이 여자 친구를 바꿔가며 드라이브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인간이지.

그렇게 잘 나가는 집구석에서 나같이 고아에 망나니가 친척이라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지.

어린 내가 찾아갔을 때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나를 골방에 숨기곤 했다. 작은아버지가 돌아온다고 하면 부랴부랴 쫓겨나듯 나가라고 하더구나. 더러워서 두 번 다시는 찾아가지 않았지.


그래. 나는… 외톨이였어. 너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참 외롭게 살았어. 물론 너를 만난 이후에도 별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까만 세상에서 홀로 유유히 타는 촛불처럼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친근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지. 세상에 모든 작고 사소한 일들이 내게는 겁나고 무서운 일들 뿐이었거든.

그래, 내게는 불끈 쥔 두 주먹 외에는 없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이 두 주먹마저 없었다면 진즉에 어딘가 땅속에 묻혀있지 않았을까 해.


친구,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국민학교 졸업식 날, 너는 우리 반 정식이 놈과 내가 싸움이 붙었을 때 말렸었지. 아마… 그러다가 내 주먹에 맞아서 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굴었지. 기억나니? 모르겠다. 다른 일들은 잊었다 해도 그것만은 기억하리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그날 정식이 놈을 친다는 것이 잘못해서 네 얼굴 한가운데 틀어박히는 순간 솔직히 나는 머리칼이 쭈뼛했었다.

너는 그대로 기절해서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지만, 나는 학교생활 마지막 날까지 교무실로 끌려가 엄청나게 두들겨 맞아야 했다. 엉덩이가 울퉁불퉁해져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지. 나더러 독한 놈이라고 하며 침까지 뱉더라.

나도 병원에 가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내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더구나. 그때 이미 나와 네가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아이들일 때는 누구나 잘난 놈 못난 놈 할 것 없이 친구도 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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