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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13. 2022

갱년기에 대한 단상 #3/3

일상으로의 회귀 – 생활·문화편

무의식적 차원의 충돌 결과?


아직 그날이 일상에서 스치는 일조차 없는 젊은 사람들은 말의 의미보다는 ‘아! 그렇구나!’ 정도로 생각하면서, 생물학 시간에 배우는 ‘인체의 신비’의 한 단락처럼 나와는 별 상관없는 따분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겠지만, 오십이 넘은 사람들에게 이 말은 지나온 인생은 그 시간대로 돌이켜보며 아쉽고 후회스러운 대목이 밟힐 테고 또 남은 시간에 대해서는 무겁게 자리하는 삶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연하면서도 좀 더 가까워진 죽음에 대해 고뇌하게 될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유추해보건대, 갱년기 증상은 몸이 아파서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면서 몸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살아오면서는 다치거나 감기 같은 것에 걸렸을 때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느꼈을 고통이, 이제는 심적 부담과 애환, 노쇠함, 비통함, 실망, 절망, 우울함, 두려움, 죽음 등등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하는 죽음으로 향하는, 아니 죽음으로 명확하게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나약한 현실을 보며 느끼게 되는 심적 고통으로부터 생겨나는 아픔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비록 스스로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무의식적 차원에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갱년기 증상이 발생하는 시기나 증상들로 보았을 때, 일반 다른 특정 병명의 증상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니고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상해를 당한 경우가 아님에도 생애의 일정한 시기가 되면 발생한다는 점과 사람에 따라서 발생하는 시기도 다르고, 증상과 강도도 다르다는 점 등이 육체적인 또는 의학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에서 더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만일 오십이 넘어서도 열여덟 살 정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면 아마 갱년기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를 달리 얘기하자면 오십 년 정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보아 온 것, 생각으로 자리 잡은 것, 관념이나 가치관, 윤리관 등등, 고착화된 정신세계가 억눌려있던 인간의 본질적인 무의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며 생겨나는 일종의 부작용이 인체를 통해 밖으로 표출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도 모르게 고정 관념화된 일상적 삶과 방식, 생각 등이 자신을 나타내는 주체이자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겠지만, 사실 인간이란 본연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별 차이 없는 보편적이고 완전하게 평등한 존재다.

모든 물질적인 것들을 제외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가나 사회적 체제에 익숙해져 지켜온 각종 법, 규제, 질서, 규칙 등이 인간 내면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무한한 자유와 욕망’과 충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충돌의 발현이 갱년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왜냐하면 오십 년을 넘게 살면서 이제 남은 시간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면 누구라도 인간 자체의 본질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갖기 마련이고, 소망하고 욕구하는 것들을 ‘죽기 전에 반드시!’라는 순수하게 인간적인 욕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살면서 모든 원초적인 것들은 깡그리 무시되거나 교정되어버리고 점잖고 품위 있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으로 가득한, 그것이 만족되지 못하면 쫓기는 듯한 강박과 초조로 이제까지 왔으므로, 이제 힘 약하고 노화되어 가는 자신을 인지하며 마음 깊이 심리적인 고통과 불안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갱년기. 아무튼 참 이상한 경험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 같지 않은데 갑자기 불안하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병약하지 않은데 이상한 증상들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며, 금방 추웠다가 금방 덥기도 했다가 이유 없이 잠조차 쉽게 이룰 수 없고, 원인과 이유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의학적인 견해만으로는 충분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한번 생각해보았다.


물론 여기까지는 이제껏 그랬듯이 조금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생각해보려는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다.

아마 갱년기 증상이란, 이미 결론으로 정해진 의학적인 개념으로만 보기보다는 이런 인간 본질적인 부분을 참고해서 연구해본다면, 좀 더 극복하기에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적어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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