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칼을 꽂고 걷다
구름 흘러가듯 멀거니 흘러간다.
파아란 하늘이 무슨 소용이랴
풀어헤친 머리칼
부스럼 먼지처럼 쌓여도
죽어간 얼굴들은 잊혀지고
밟히고 밟혀가며 세상을 살아낸다.
지나간 구름 틈에 새겨진 대로
군홧발로 여대생 얼굴을 짓이길 때
혀만 차며 외면했던 우리들 아니던가!
가슴에 칼을 꽂고 걸어간다.
희멀건 내일이 무슨 소용이랴
거리에 새겨진 비명 소리
낭랑하게 메아리치는 겨울밤이건만
흔적 닦아내는 인간 아닌 존재들
그저 숨 막혀 쓰러져 가는 꽃들일뿐,
가슴 깊이 심어내는
그 마음에 관심이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