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움을 산이나 바다로 그린다면
그것이 바다이건 산이건
거기에는 바람이 불고 있을 거야
머리칼 가만히 넘기는
싱그러운 바람
마치 니 입가에서 불어나는
숨결처럼 느껴지겠지.
깊으나 깊어가는 고요한 밤
창가에 어제 내린 빗물이 고인채
달래지 못하는 널 보고픈 마음
이제야 한 줄 글귀로 쓰고 있지.
조그만 시골 기차역 길가에 자란
노란 개나리 파란 이파리 닮은
눈이 예쁜 나의 사람...
화폭에 얼룩지는 아지랑이 같은 그리움을
밤새 접노라면
또다시 열망처럼 밝은 해는 솟을 테지
설레는 가슴을 풀어헤친 채
자유분방하게 주워 담으며 웃음 지을 테지.
너무나 아름다운 그 모습 그릴 수 없어
망설이는 사람들 모습을 돌아보며
내 행복의 의미를 알리고 싶어
이렇게 달려왔어
나부끼는 거리의 풍경들 사이로
그 바다에 부는
그 산 위에서 오는
싱그러운 숨결로 다가서며
사랑하는 마음 전하고 싶어
이렇게 달려왔어.
아기처럼 잠들어 있을 너를 만지려고
고요 속 침실을 훔쳐보는 눈동자처럼
고독한 담배연기 자욱한 안에서
뜬 눈으로 널 헤아린다.
기억 하나 접으면
조그만 머그잔을 한 개씩 들고 서 있고
기억 하나 접으면
혜화동 나서는 길목에서 소리치고 있지
기억 하나 접으면
밤새 꼬옥 안은채
피곤하건만
웃음 머금은 네가 보이고
기억 하나 접으면
고열과 충혈된 눈으로
고집부리는 남자가 서 있지.
행복하려 애쓰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있고
그 뒤에 내가 서 있고
그 초라한 모습 지켜주는 네가 있지.
그리움을 산이나 바다로 그린다면
그것이 바다이건 산이건
거기에는 네가 있을 거야
내 품 안에 가만히 안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간절하게 안타까운
사랑으로 피어있겠지.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