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8

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by 마지막 네오

부제 : Eros - 육체적인 사랑


이런 마음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당신께 무엇을 원하는 건지,

될 수 없다는 것 알면서도

계속해서 토로하는 이런 기분이란

정말 견디기 힘든 아픔이랍니다.


문득 아침에 앉아

홀로 담배를 피울 때,

그 속 가득히

담배연기가 떠가는 것뿐 아니라

내 한숨이 맴도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기분을

자학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이해시키고 싶지 않은 이유를

나는 설명하지 못하면서 늘 이렇게 있습니다.


사랑은 늘 거기에 한 자리,

한 모습으로 머물기에는 힘든 것인가 봅니다.

나 스스로 잘 알면서도 그것을 거스르고

더 커다란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충동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으면서

알고만 싶어 합니다.


내 이런 마음 달래지 말아요...

내게는 당신이 아끼고

소중하게 지켜내고 싶어 하는 화단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꿈결 같은 것이 흐릅니다.

파아란 하늘이 그 위를 흐르고,

끝도 안 보이는 푸른 들판에 누워서

커다란 화폭에

맘껏 그림을 그려대고 싶습니다.

내가 바라는 그런 모습이 얼마나 열망인가를

당신이 알 수 있도록

화폭에라도 그리고 싶어요.

이런 내 심정

당신은 알 수 없겠지만,

이해될 수 없더라도 계속 말하는 것은

나 또한 욕심쟁이,

한낱 평범하기 그지없는

불행한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소용돌이에서

숨통을 겨우 내밀고는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날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져들어

그런 비현실적인 형태로

나 스스로를 모욕하고 싶어 집니다.


언제나 하늘엔 별이 떠 있을 테지만,

언제나 그 별을

맘껏 이 땅 위에서 볼 수가 없을 테지요.

그것처럼 언젠가는 있어도 가질 수 없었다는

내 안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나 스스로가 몰입해 망가져 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온통 당신의 육체를 향한

열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은 아니지요.

이러한 몰입을 만들게 한 마음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악마의 유혹이겠으나,

순수한 마음은

구름 저편 알지 못할 은밀한 곳에서

부르는 인어의 노래 같은 것입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당신 눈빛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는 외로운 나를 떠나 오지요.

당신의 아름다운 실루엣마저도

좋아서 취하는

술 향기 같은 걸 어쩌란 말입니까?

당신은 끊임없이 꺾일 위기에 놓여있는

꽃처럼 보입니다.

난 바람이 되어

그 허리를 꺾을 기세로 다가서다가

지나치곤 하는 거죠.

밤이 되어 혼자 있으면

수많은 외로움이,

그리움이

승냥이 떼처럼 몰려오곤 합니다.

그들에게서 지켜져서

편안한 잠이 드는 방법은

양치기 소년처럼

피리를 부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은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겠지요.


아! 정말 당신을 꼬옥 안고 싶은 밤입니다.

서늘하고 푸른 바람이

창가를 지나며 노래합니다.

서울이란 낯선 도시를 배회하는

수많은 영혼들을 위한 세레나데가

오늘 밤에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 따뜻한 체온과

꽃잎이 숨을 쉬는 듯한 숨결을

갖고 싶지만,

늘 돌아서서 인사를 하겠어요.

마치 의젓한 신사 인양,

마음은 인간 본연의 죄 속에서 허덕이면서

누구나 아무런 죄도 없듯 사는 것처럼.

말하자면 연극이랄 수도 있겠고

또 속임수일 수도 있는

참혹하기 짝이 없는 그런 밤중에

아이러니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당신 역시 연약한 여자인지라

그 유혹을 감당할 길 없겠지만

난 석양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그저 감탄에 불과하게 될

나의 탄성과

거칠어 가는 호흡을 중단하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허벅다리를 꼬옥 움켜쥘 터입니다.


달빛이 새어들어

그 하얀 피부를

더욱 눈같이 내리비친다고 해도

오직 공상에서만 허울을 벗는

우리가 되기 위해

나는 그대 침실 음침한 곳에서

그늘 아래로 새어 나오는

당신의 체취를 맡으며

부서질 만큼 미치도록 사랑하렵니다.

나의 정신세계가 무너지도록

내 안에서만 당신을 사무치도록 사랑하렵니다.

내 몸에서도 당신 향기가 날만큼...


내 눈이 사라진다고 해도

손 끝에 당신이 닿으면

온몸 구석구석까지 내가 찾아갔던 일을 기억하고

그게 당신인지 알 수 있게 하렵니다.


이런 나를 달래지 말아요

이런 나를 탓하지 말아요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인지

나도 알 수 없으니까

어디서부터가 처음인지,

어디까지가 끝인지도 알지 못하죠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면서

몸이 시키는 대로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될 수 없는 일이라 하시면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인걸요.

새벽을 향한 여행은

그렇게 길을 적시는 밤안개처럼

당신 가슴에 나를 느끼게 해 줄까요?


사랑하는 나의 그대여...

오늘 밤에도 평안하게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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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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