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네가 내게 준 편지는
가을날 비행 중인 낙엽과도 같아.
수 놓인 글자들은
바이올린 줄 위를 튕겨 달아나는
이슬방울들 같아.
네가 건넨 주홍색 봉투는
어린 마음을 날게 해.
하늘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가눌 수 없는 웃음이 돼.
잘록한 허리를 자랑하는 여인네처럼
야무지게 백지를 걸어가.
너는 사랑을 소재 삼는 예술가!
걱정 끝 회오리에 앉아
조용히 피리를 불어.
아기 같은 네가 예뻐
난 저절로 노래 불러.
별 같은 네가 아름다워
난 저절로 시인이 돼.
어떻게 그토록 섬세할 수 있나!
네 배려는
바위 놓인 개울물 속
작은 물고기들 대화 같아.
네 가슴에 담긴 요술 보따리는
세월과 시간의 경배로 보존된
천년화(千年花) 같아.
네가 깨우쳐 준 의미는
가을바람을 닮게 해.
강철보다 강한
가눌 수 없는 사랑이 돼.
고운 목선 여인네처럼
별 수 없이 눈길을 옮겨가.
너는 사랑으로 사냥하는 사냥꾼.
가쁜 숨 토해내는
정상에 오른 소녀 같아.
꽃잎 같은 네가 예뻐
까만 밤 하얗게 보내.
순수한 네가 사랑스러워
다시 어린 소년이 돼.
힘든 시간도 많았고
마음 아플 때도 많았지만
그윽한 눈빛 알게 되면서
큰 나무 아래 기대 듣는
음악을 알게 되었어.
영원을 의심하는 건
스스로 슬픔 짓는 것임을
우리 늘 말하는
대화 속 음악같이
악기처럼 품었어.
내 사랑은 네 것
네 마음은 내 것
푸른 하늘 보이는 언덕배기에
또다시 올라보고 싶어 져.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