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13

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by 마지막 네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네가 내게 준 편지는

가을날 비행 중인 낙엽과도 같아.

수 놓인 글자들은

바이올린 줄 위를 튕겨 달아나는

이슬방울들 같아.

네가 건넨 주홍색 봉투는

어린 마음을 날게 해.

하늘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가눌 수 없는 웃음이 돼.

잘록한 허리를 자랑하는 여인네처럼

야무지게 백지를 걸어가.


너는 사랑을 소재 삼는 예술가!

걱정 끝 회오리에 앉아

조용히 피리를 불어.

아기 같은 네가 예뻐

난 저절로 노래 불러.

별 같은 네가 아름다워

난 저절로 시인이 돼.


어떻게 그토록 섬세할 수 있나!

네 배려는

바위 놓인 개울물 속

작은 물고기들 대화 같아.

네 가슴에 담긴 요술 보따리는

세월과 시간의 경배로 보존된

천년화(千年花) 같아.

네가 깨우쳐 준 의미는

가을바람을 닮게 해.

강철보다 강한

가눌 수 없는 사랑이 돼.

고운 목선 여인네처럼

별 수 없이 눈길을 옮겨가.


너는 사랑으로 사냥하는 사냥꾼.

가쁜 숨 토해내는

정상에 오른 소녀 같아.

꽃잎 같은 네가 예뻐

까만 밤 하얗게 보내.

순수한 네가 사랑스러워

다시 어린 소년이 돼.


힘든 시간도 많았고

마음 아플 때도 많았지만

그윽한 눈빛 알게 되면서

큰 나무 아래 기대 듣는

음악을 알게 되었어.

영원을 의심하는 건

스스로 슬픔 짓는 것임을

우리 늘 말하는

대화 속 음악같이

악기처럼 품었어.


내 사랑은 네 것

네 마음은 내 것

푸른 하늘 보이는 언덕배기에

또다시 올라보고 싶어 져.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하는 이에게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