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14

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by 마지막 네오

시간에 파묻힌 작은 돌멩이

아련히 묻어오는 바람결

삶은 한 때는 시(詩)인 것을...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어린 날 순박했던 그리움

이제 자라나 상처투성이 된 마음

그래도 사랑해야 할 영원한 나

순진무구한 아이의 눈빛으로

사슴을 유혹한다 해도

하얀 눈 덮인 겨울 어느 한 나날도

그리워하기만 할 뿐

이제는 없는 추억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맺힌 아픔이 많아

마음의 처마에는 항상 별들이 떠있고

그 처마 끝 맺힌 이슬방울들

한 없이 그리운 사랑으로 피어나고

어느덧 사랑한 그림자

가슴으로 다 안지 못하는 사람 되니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가을바람이 코스모스 꽃잎을 흔들고 달아나

가을바람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달아나

가을바람이 답답한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

가을바람이 눈물을 훔쳐 달아나

가을바람이

겨울로, 겨울에게로 달아나

슬픔 속에 알게 되는 기쁨이란...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고독한 고백은 감당하기 힘든 진실

솔직하게 살겠다는 찌든 눈빛을 약속하지

올바르려 했던 것도 힘들었지

노래 한 소절 바람에 흐르면

힘든 시간은 미소가 됐지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아직은 한참 멀었어

이해되기에는

서로 솔직하기에도

서로 다가서서 눈을 들여다보며

웃기에는 더더구나...

서로 사랑하기에는 그것은 감춰진 비밀

그것은 어루만지는 가시나무

그것은 여자를 닮은 깊은 슬픔들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세상은 그래도 흘러가

세상은 그래도 변함없어

세상은 세상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약속들이 난무하지

거짓들이 춤을 추지

우정은 그림자 속에

사랑은 술병 속에

꽃밭에는 흙먼지만

하늘에는 먹구름만

살아가야 하는 이유인 그대 마음에는...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그대 없던 시간들

그대 있는 시간들

그대 없던 세상

그대 있는 세상

그대 없던 나

그대 있는 나

거울에 비친 반사된 세상

거울 속에서 혀를 차는 세상

거기에 사랑 노래가 비치면

늑대 울부짖는 하소연이 되고

그대가 순수한 나날들

그대가 속삭이던 나날들

그대 알던 세상

내가 알던 세상

그대 알던 타인들

내가 알던 타인들

그대 자란 세상

내가 자란 세상

우리 사랑이 거기에 놓이면

가을은 바람 속에 또 다시 겨울로 가고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만지기엔 미안했던 소중함

버리기엔 가슴 아픈 추억들

포기할 수 없던 시간들

주저앉아 울고 있는 시간들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사랑... 그대와 나...

거짓과 진실...

솔직하려 애쓰던 기억

안심하며 잠들 날은 어디에...


오랫동안 지쳐 나는 숨 고르기를 하네


이제는 정말 웃고 싶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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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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