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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Jul 31. 2018

야근 때 생각 6

시간: 17:30 


대리들의 이야기.  

애매한 나이 때에 다시 새로운 둥지에서 재포지셔닝을 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님을 모두가 공감한다. 현재의 둥지를 버리고 훨훨 날아가고 싶어도 무거운 스펙과 약간의 과중한 포지션, 제법 비용이 들법한 연봉, 그리고 약간 세월의 흔적을 묻어내는 나이는 어느 한국기업에서도 아주 그리 환영하지는 못하다. 나이와 경험이 좀 있어 머리 좀 크다고 이런저런 눈치 때문에 일을 시키지 못하는 뻘쭘함을 없애보려고 오히려 새로운 신입을 들여와 가르치며 이런저런 잡동사니 일까지 맡기는 현명함도 기업에서는 보인다.  

어쩌면 경비처리할 사람을 찾는 보스들의 마음. 누군가가 그들의 식비와 미팅비, 출장비 등을 대신 프로세스를 해줄 사람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 시대의 부장들은 같은 동시대의 대리 특히 과장을 꺼려하고 온순한 사원을 애써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기업은 하나의 목적만을 가지고 달려간다. 하지만 인간은 여러 개의 각기 다른 목적이 인생에 설계되어 있어 애초부터 목적이 다르니,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르고 결국 서로에게 불행하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우리 꿈 많은 대리들도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을 거역하기가 어려워 서른 즈음에 정신과 마음이 이미 잔인하게 분쇄되어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점점 잃어 간 채 방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흔을 눈앞에 둔다.  

현대시대에 있어 직업은 더 이상 돈벌이 수단의 의미로서 그 비중이 살짝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돈벌이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중요하면서도 이것에 따라 일을 할지 말지에 대한 인생의 갈림길에 놓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돈이라는 목적과 함께 함께 부상하는 우리 시대에 있어서의 직업은 보람과 자기실현 역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저 가족들을 먹이고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한 일의 개념은 보다 가치 실현 그리고 꿈으로 가는 길로 가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좋은 연봉보다는 꽤 좋은 폼 나고 재미나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이 더욱더 많아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느 날 나온 다큐멘터리에서도 상당히 좋은 연봉에 대기업을 다니고 있음에도 자기가 꿈꿔왔던 그런 회사와 거리가 먼 그 세계에 실망감을 가지고 퇴사하여 강사로서의 길, 혹은 레저 스포츠로서의 길 등으로 다시 떠나는 항해를 가진 청년들이 등장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이 꿈이 없어서 그냥 있다고는 절대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다양성을 가지고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다만 예전보다는 그 각자의 길에 대한 생각의 폭이나 기회의 폭 그리고 가치 실현의 폭이 넓어졌을 뿐이다.  


가치 실현을 위한 그리고 자존심을 위한 또 생존을 위한 우리 대리들의 거친 여정은 또 다른 마흔을 향해 오늘도 달려가며 인생의 재 도약을 꿈꾼다. 누가 외교 정책에 대해 코리아 패싱을 얘기하며 운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바닥의 세계는 무거운 대리/과장 패싱이 이루어지는 현실에 우린 놓여있음을 인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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