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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Aug 04. 2018

야근 때 생각 12

시간: 17:30 


성과장과 이 차장의 얘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다 또 보고 얘기였다.  

정말 요즘의 기세라면 장표에 여백이 남아 있지 않을 때까지 보고를 요구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좀 비어있으면 성의가 없다고 얘기할 것이고, 너무 많이 쓰면 중구난방 포인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리더라도 그렇게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찰렌지 리더형이 될 준비가 되어있다. 

똑 같이 배우고 또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그대로 쓸까 봐 두렵다. 좀 더 간편하게 필요한 정보만 넣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해 보자고 얘기하는 대신 내 생각에는 빈 장표를 보고 노력이 없는 놈이구나 라고 먼저 생각이 나올까 봐, 내가 그런 사람이 될 까 봐 두렵다.  


가장 좋은 것은 장표 그리고 리포트라고 하는 것을 보고를 하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이 상호가 Win-Win하고 그 숫자와 텍스트, 담긴 의미를 공유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  

맥주를 한잔 쭉 들이켜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일까? 글로벌 회사임에는 분명한데 적어도 한국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글로벌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회의 문화는 어떠한가? 한국말이 없으면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를 않는다. 메일로 공유되는 여러 중요한 정보들 그리고 전략에 필요한 숫자들은 어떠한가? 비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차단이 되어있는지를 보게 되면 우리의 현주소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결국 메일이나 회의를 통해서 보는 우리의 얼굴을 보면 정보의 독점, 화상회의를 보라. 콘퍼런스 콜을 할 때 다수의 한국인과 소수인의 외국인일 때 한국말로 결국엔 그 대화가 독점이 된다. 나중에는 더 심해서 외국인은 자연스레 콘퍼런스 콜 혹은 화상회의할 때 제외가 되어 버린다. 비 한국인이 없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은 결국 한국인을 위하는 기업으로 밖에 성장할 수가 없다. 조금 더 우린 보다 언어적 배려, 문화적 배려, 정보적 배려에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더 이상 “Sorry for Korean language” 는 앞으로 지양해야 할 풍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옆에 있는 정 과장은 프로세스를 이야기했다. 프로세스, 우리는 정확한 프로세스로 회사의 신변을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세스가 정상적 혹은 천천히 그 갈 길을 가더라도 갑자기 부사장이다 사장님이 오신다면 프로세스가 평소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때가 있다. 

어느 날 샘플을 하나 요청하는데, 정 과장이 평소 고객 요청에 의해 지급으로 해달라고 한 것도 일주일씩 걸리고 했던 건이, 갑자기 전무님 이상 급들이 오면 하루 만에 샘플을 프로세스에 도착하여 준비해 놓는다. 엄청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고객 요청의 지급도 그렇다면 전무님을 통하면 다 신속히 된다는 말인가? 결국엔 사람의 마음의 문제가 아닐는지.  


양 부장은 오늘의 Nice day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이  Nice day에 대한 미팅 이름이 무색하게 아침부터 들어오는 여러 가지들에 대해서 과제들과 질문들은 그 날이 결코 nice day를 지내지 못하게 된다. Nice day 가 정말 Nice 한 day를 만들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Nice 한 day를 만들지 못한다면 명칭부터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Nice day 대신 Challenge day라고.  

문이 갑자기 덜커덩하더니 찬바람이 문 밖에서 휙 하고 들어온다. 충혈된 눈을 가진 김 부장이 갑자기 들어와 쓰디쓴 IPA 맥주를 마시며 리더들의 일반화 오류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자신의 성공체험을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그 체험이 그대로 자신의 법인이라든지 부서에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임에도 강요하는 상급자의 지시에 분을 못 이긴다. 

자신의 사례가 마치 모든 사례의 대표가 되어 그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강요하는 상급자의 지시에 자못 못 이겨서 하는 척을 하지만 얼마나 하면서도 박탈감이 일어나는지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리고 싶어도, 모두 다 공감해도 그 누구 하나도 진실하게 얘기를 못한다. 

그저 술 한잔으로 때우면서 그 괴로운 마음을 한번 달래고 다시 내일 노트북을 켜는 시간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우리에겐 도 다른 꽃 봉오리를 열어야 할 준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씨앗을 뿌려 할 준비도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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