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폴란드는 길지는 않지만 잠깐이나마 어마 무시한 더위를 몰고 올 때가 아주 잠깐 있다. 그래도 중동의 그 뜨거움과 후덥지근함은 비교할 바가 못 되는 여름이라 나처럼 중동에서 오래 몸담다가 온 사람은 그저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폴란드 사람들도 이 더위 덥다고 비스와 강으로 모조리 나와 맥주 한잔과 함께 미소를 띠며 삶을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비스와 강에 화려한 듯하면서도 실용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서쪽의 노을을 보고 있을 때면 진한 붉은색의 여운이 세상을 잔잔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강 가운데에 있는 모래섬에서는 수십 명의 폴란드인들이 담소를 나누며 모래를 자리 삼아 강의 흐름처럼 유유히 인생의 낙을 즐긴다. 저 멀리 서는 강 한복판에서 부지런히 카약을 즐기는 젊은 남성들이 그리 강해 보이지 않은 비스와 강의 물살을 힘차게 헤쳐나가느라 안간힘을 쓴다.
어느 날에는 새벽시간에 약간의 취기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기나긴 다리를 건너는데, 저기 서쪽하늘에 보름달이 잔잔히 떠있고, 구름이 그 주위로 살포시 걸쳐있는다. 그 보름달에서 나온 빛은 희미한 구름 사이를 뚫고 다리 밑에 있는 비스와 강에 반사되어 은은하고 잔잔한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속에 미친 보름달은 더욱더 이곳 바르샤바의 숱한 역사를 비춰주고 삶의 고단했던 마음을 희미하게 포용하며 안겨주는 듯하다. 그것이 비스와 강에 비친 보름달이고, 보름달 빛에 감싸진 황홀한 비스와 강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바르샤바도 더욱더 황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