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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Nov 05. 2024

젊어서 건강은 사서도 챙긴다

역시 건강이 제일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누구나 운동 하나쯤은 루틴하게 하는 것이 멋진 세상이 되었다. 나이를 먹어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를 가꾸는 것 자체가 갓생의 한 요소이다.


내가 20대,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없었다.

누군가는 몸을 가꾸는데 관심이 있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랬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리고 힘들다 힘들다 해도 20대의 체력은 정말 대단하다. 밤새 술을 마셔도 다음날 깨는 속도가 다르고, 오후면 슬슬 살아나서 또 친구들을 만나고, 할일도 하고 그렇게 보내도 정말 괜찮다!!


하지만 그런 습관은 내 몸에 차곡차곡 쌓여서 훗날 돌아온다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아직은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마음과 실제로 하루하루를 새벽부터 밤까지 어떻게 보내도 지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인데 나는 이 부분을 참 소홀히했다. 어렴풋이 내 몸은 어디가 튼튼하고 어디가 나쁘고, 대략 나는 어느정도의 체력이 되고 느끼고 살았지만, 더 건강해져야겠다던가 더 내 몸을 효율적으로 써보겠다던가 그런 다짐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렇게 20대를 거의 학생신분으로 보내고, 20대 끝자락 29에 직장에 들어가 돈 버는 재미에 돈 쓰는 재미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재미에 연애하는 재미에 일하러 다니는 재미는 아니고 고단함에 휩쓸려 다니던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한 2년..을 넘게 미루던 산부인과 검진에 갔을 때 용종이 발견되었다. 지난번 방문때도 조직검사를 하라해서 철렁했는데 이번에는 용종이라니... 나는 너무너무 슬펐다. 의사선생님은 여성분들에게 정말 정말 흔히 발생하는 것이라 했지만 원래 나한테 벌어지면 100%, 안 벌어지면 0% 아니던가. 


다행히도 칼을 대지 않고 내시경으로 가능한 수술이고, 입원도 아니고 수술 후 1~2시간 회복하고 집에 가도 되는 경우였다. 


이 때 처음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통근으로 얼마나 지쳤고, 그로인해 빼앗긴 에너지를 내가 더 나은 곳에 나를 위한 곳에 썼어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했다. 


실제로 긴 통근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건강에 절대 좋지 않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불편함을 감내하고 일을 하러 매일 매일 여기저기 다닌다. 정기적인 이동이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라면 정말 동에 서에 번쩍번쩍 다녀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아침과 저녁의 지옥철은 정말 잠깐만 타도 숨이 턱턱막히고, 고속버스는 또 어떠한가? 답답하게 앉아서 무섭게 달려가거나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거나 해야하고. 이에 관한 보고서도 많고, 책도 있는 걸로 안다.


참 나도 미련하지. 정말 미련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말 관성이 무섭고, 다니던 일에 적응하고, 좋은 점도 많이 발견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그냥 감내하면 되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엔 타협해선 안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는 내 가정도 있는 나 스스로도 책임지고 내 남편도 내가 돌봐야 하고, 또 우리 부모님도 내가 챙겨야 하는 그런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시기에 건강을 놓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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