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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Aug 24. 2023

얼굴이 폈네

퇴사하더니 얼굴이 폈네.


  예전과 달리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뜻으로 이르는 관용 표현.


  '얼굴이'와 '폈네' 사이에 부사 '쫙', '확', '활짝', '확실히' 등이 끼어들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확정적 단언이 된다. 이윽고 정해진 수순처럼 뒤따라오는


"맞네."

"그러네."

"그렇게 좋아?"

"비결이 뭐야?"

.

.

.

  그러면 쑥스러운 듯 "남편이 잘해 줘서요?"


하도 듣다 보니 이젠 인사치레로 하는 말인가, 하다가도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지. 이유가 있으니 낯빛도 좋고 생기도 도는 거겠지 싶은. 그러다가도 상대에 대해 속속들이 모를 땐 모르는 채로 두는 편이 오히려 대인 관계를 건강하게 하지 싶은.


  혈액 순환이 잘되어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건 신체의 변화가 표정까지 화사하게 변화시키는 너무나 당연한 생리적 이치. 얼굴이 폈다는 말은 결국 결과로 그 원인을 대표하는 환유(metonymy). 얼굴은 유기체로서, 몸의 일부이며 내외부 환경에 따라 마르거나 살이 오르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신체화된 은유(metaphor).  



똑같아요.
그렇게 보이는 건 퇴사 프리미엄이겠죠.


대충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겸양의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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