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다. 기다림을 기다린다. 정확히는 '기다림'이 국어사전에 오르기를 기다린다. 애석하게도 명사 '기다림'은 국내의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기다림'이 국어사전에 단어로 없다는 것은, 동사 '기다리다'의 어간 '기다리-'에 명사형 전성 어미 '-ㅁ'이 붙은 동사의 명사형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명사로서의 '기다림'은 일찍이 1920년 동아일보에서부터 그 예가 보인다.
ㄱ. (여삼추)라 하는말이 잇나니 곳 기다림이 懇切(간절)함을 意味(의미)한 것이라. <1920년 8월 동아일보>
ㄴ. 고국 동포의 기다림과 바람을 가장 무겁게 질머지고 잇는 하와이 동포의 일행이 물결 험한 태평양도 고국을 그리는 꿈속에 건너 경성에 드러온 것을 긔회로.... <1923년 7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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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어린아이가 일 나가신 엄마를 마중 나가 어두운 밤 하늘의 엄마 별을 찾는 아이의 기다림을 아십니까? <경향신문 1992년 12월>
ㄹ. 기다림의 미학.
ㅁ.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
ㅂ. 그날부터 그를 향한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ㅅ. 4년의 기다림 끝에 우리는 부모가 되었다.
ㅇ. 우리 팀은 오랜 기다림을 이겨 내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ㅈ. 그 식당은 과연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집이었다.
ㅊ. 선별 진료소를 찾은 어린이가 기다림에 지쳐 자리에 주저앉아 있다.
명사와 명사형은 형태가 같지만 문장에서 하는 기능이 다르다. 명사는 주로 문장의 앞에서 주어의 역할을 하며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 반면(ㄱ~ㅊ), 명사형은 주어와 목적어를 취하며 서술성이 있어 서술어 역할을 하고 부사어의 수식을 받으며 선어말어미가 붙기도 한다(ㅋ~ㅍ).
ㅋ. 비 오는데 밖에서 3시간 동안 너 기다림.
ㅌ. 알고나 있나? 밥도 안 먹고 계속 너 기다림.
ㅍ. 알고나 있나? 밥도 안 먹고 계속 너 기다렸음.
비록 '기다림'이 명사로 국어사전에는 없으나 <우리말샘>에 실린 용례 대부분이 명사의 것이다.
물론 명사형의 것도 있다. 그것은 <우리말샘>에 실린 표제어의 뜻풀이 쓰임이다.
사전이 언어 현실을 따라가기에 늘 늦는다지만 이미 100여 년을 기다린 '기다림'에 이제 그만 명사 등재를 허하였으면. 하여 온갖 기다림이 기약 없는 내게 기다리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주었으면.
그런 의미에서
오래도록 안 오른 기다림이 사전에 오르기를 간절히 기다림. 아울러 일 주기로 하고 아직 안 준 분들도 얼른 넘겨주시기를 기다림(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