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이라는 말이 좋다. '문우(文友)'와 뜻은 같지만 한결 가볍고 좀 더 살가운 느낌이라서. 글을 쓰면서 만나는 이가 모두 글벗이 되지 않아도, 글을 쓰면서 가까워진 이는 글벗이 된다. '글벗'을 '길벗'으로 바꿔 조용히 발음해 본다. '글을 쓰며 사귄 벗'과 '길을 함께 가거나 같은 길을 가는 벗' 사이에는 비슷한 글자만큼 비슷한 속성이 있다.
길을 걷는 도중에 만난 사람. 글을 쓰는 도중에 만난 사람. 길을 가고 쉬다가 만난 사람. 글을 읽고 쓰다가 만난 사람.
오늘 열두 분의 글벗을 만나며 글벗이 길벗되고, 길벗이 말벗되고, 말벗이 술벗되고, 술벗이 다시 길벗되는 경험을 했다. 길벗은 다시 글벗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