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마음에 불을 켜고

by 어슴푸레

모임이 파해 가끔 공항 철도를 타고 집에 돌아올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10시 안팎의 일요일 밤이 대부분인 그 시간엔 열차 안에 사람이 적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스트리밍 영상을 보거나, 카톡에 열중해 있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이 드문드문 좌석에 앉아 있다.


열차가 마곡 대교를 건너면 지하철 창문에 방화 대교가 보인다.

아치형의 붉은 다리가 빛을 내며 물 위에 떠 있다.

다리 아래로 길게 늘어진 오렌지빛 그림자를 따라 내 마음에도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방화 대교 건너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측면에 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도로 위 자동차의 대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궁금해진다.


모두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가는 것일까.

모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고 가는 것일까.


빠른 속도로 떨어져 보면

모든 게 평온히 보인다는 사실이 매번 기적 같다.


방화 대교와

도로 위 시선에서 보면

나 또한 똑같이 평온해 보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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