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는 순간 흩어져 버리는 말의 가벼움에 대해 생각한다. 또한 그 말을 듣는 이의 엄중함에 대해 생각한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한 박자 늦게 정정해도 이미 늦다. 그런 의미에서 말은 무자비하다.
한 회식 자리에서였다.
누군가 팀원들 모두 수더분하고 둥글둥글, 크게 자기 주장이 없다고. 흔하지 않다고. 복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응수하는 것이었다.
"뭘 그래애. 지난 회의 때 보니 다들 발톱을 드러내더만."
나는 듣기가 싫었나 보다. 지레짐작으로 괜히 찔렸나 보다.
"소신이 있다는 좋은 표현도 있는데요."
조금 웃음기를 섞어 에둘러 말했다.
그 말을 들었는지, 무안해서 듣고도 못 들은 척했는지 더 이상의 말은 오가지 않았다.
'발톱을 드러내다'라는 말.
아직 국내의 어떤 국어사전에도 없는 관용 표현.
반의 표현으로 '발톱을 숨기다'가
동의 표현으로 '발톱을 세우다', '발톱을 보이다'가
유사 표현으로 '이빨을 드러내다', '이빨을 보이다' 정도가 있으려나.
나는 뭐가 그렇게 듣기 거북했을까.
상하 관계가 확실한 화용적 발언에 순간적으로 발끈한 걸까.
자신이 공격받았다 생각해 뱉은 말이든
크게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든
회의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실무적인 견해를 밝힌 것을
회식이라는 조금 덜 공적인 자리에서 꽤 사적인 언어로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 속담을 떠올렸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부디 오늘 하루도 날카로운 말의 혀에서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