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폰과 울림

by 어슴푸레

일요일 아침, 큰애가 실로폰을 치다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왜 실로폰은 칠 때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거예요?"


흠.

뭐로 설명해야 가장 이해하기 쉬울까.

소리의 진동? 공명 현상? 음높이와 파장? 울림통과 오케스트라?


전폭적이고 투명한 아이의 눈빛에 나는 그만 조급해진다.


"채로 실로폰을 치면 쇠막대가 맞아서 떨리잖아. 그 떨림이 소리가 돼서 공기 중으로 울리는 거야."


그다음 설명을 애 아빠가 이어서 한다.


"쇠막대가 작거나 짧으면 금방 떨리겠지? 반대로 크거나 길면 오래도록 떨리겠지? 짧고 빨리 떨릴수록 높은 소리를 내고, 길고 느리게 떨릴수록 낮은 소리를 내. 그래서 쇠막대가 짧아질수록 도레미파솔라시도! 이렇게 점점 높은 소리가 나는 거야."

"아아!"


역시 우리 남편.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한 타이밍에 유유히 배턴 터치를 하다니! 남편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뭔가 철학적이다. 휴대폰 메모장에 '울림'을 기록하는 순간, 머릿속에 느낌표가 뜬다. 아, 울림. 그래, 울림! 소리의 울림, 악기의 울림 말고 영혼의 울림, 존재의 울림.




한때는 나와 같은 진동수를 가졌다 믿었던 사람이 있었다.

비슷한 지점에서 울고 웃었고 평생을 함께할 줄 알았다.

그들은 직장 동료이기도 했고, 친구이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척하면 착.

반복적으로 서로를 울리던 우리는

날로 커지는 진폭과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남김없이 파괴되었다.


같은 진동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은 것을

어디에 있든, 얼마 만에 만나든

서로를 향해 변함없이 공명하고 있음을

아득한 울림으로 알고도 남음을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다만 세월은 내게 다음의 것을 가르쳤다.

"당신은 나와 주파수가 같군요!" 섣불리 반색하지 말고

"당신은 오늘도 내게 큰 울림을 주었어요." 제멋대로 평가하지 말고

더 크게 공명하고자 오버하지 말 것을.


그리하여

영혼을 울리는 공명(共鳴)의 대상이 알아볼 수 있게,

고유 진동수로 은은히 울리고 있을 것을.


한 걸음 떨어져서

그래, 나예요.

상대를 향해 조용히 울리고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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