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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기준 잡기

내가 사라지는 시간들

by SHOOT

눈에 혹처럼 생긴 검열반에 이어, 손목 저림이 왔다. 일을 통해 오는 요구사항에서 그 사람의 성품이 느껴진다.


나의 진상님들

진상 1. 단 하나의 위험부담을 받고 싶지 않은 꼼꼼함의 소유자 저자.

디자인시안을 보여줬음에도 엎어 자비출판의 오퍼레이터 수준의 일을 하고 있다. 편집자가 저자의 요구를 이처럼 자르지 못하고 일을 주다니 싶다가도, 그나마 자른 게 이 정도라니 싶을 정도의 꼽꼽한 성격의 소유자다.


진상 2. 깔별로 보고 싶고, 싸게도 하고 싶은 사장.

비교 견적을 위해 같은 디자인을 다른 디지털 양식에 맞춰 보낸다. 이마저도 담당자가 발주를 잘못하였지만, 그 품목 이 싸기에 품목을 변경되었고, 그 품목에 더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변경. 기존 거래처에 가서 이 견본에 맞는 가격을 알려달라고 하고 진행. 결국은 하나의 디자인을 업체도 알아보고, 품목을 바꾸었다. 아낀 돈은 한 4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이 된다.


진상 3. 잘 나가는 웹툰 에이전시의 만행.

종이책 제작하지만 종이책 관행은 모르겠고, 우리의 팔리는 웹툰으로 너희가 파는 거니깐 맞춰~, 우리작가님바빠


회사에 3 가지를 가지고 공을 굴린다면, 이 3가지가 모두 지저분하다. 숨통이 트이는 프로젝트가 없다. 회사 직원 한 명 한 명에게는 악감정은 없지만 소통이라는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졌다.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도 어떤 날은 즐겁고, 어떤 날은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있다. 그 어색한 시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식사를 따로 하고 있다. 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식사를 같이 하다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일들뿐이라 이야기하다보면 기분이 상하여 감정의 요동이 온다. 감정의 요동은 에너지를 쓰게 한다. 감정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일에 내 모든 에너지를 쓰더라도, 에너지가 부족하다. 텐션을 올리기 위해 아침이면 내가 좋아하는 커피집에서 라테 한잔을 3-4시쯤에 여유가 되면 나가 음료 한 잔을 더 사거나 콤부차를 따 마시면서 아로마롤온과 괄사로 약간의 마사지를 한다. 아로마 향은 마음을 이완시키고, 마사지기는 근육을 이완시킨다. 이것으로는 부족하여, 일을 하면서 상하고 있는 나의 몸과 그리고 지나가는 젊음이라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상환이라고 하고픈 마음에 영양제를 먹는다. 눈에 좋은 루테인과 황산화에 좋다는 코쿠텐 그리고 종합 비타민. 얼마나 지속이 될까.


다이어리를 살펴보았다. 올해 유난히 나에게 힘들일이 떨어졌고, 지금도 그 일을 진행 중이다. 회사의 신사업에 투입되어, 성과가 있는 사업인지 검토하는 과정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나란 사람은 대체해서 이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다. 직원은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일로 무엇을 얻을까 이 일을 끝나고 나서 나의 건강은 회복이 되는 상태가 될까? 영구적인 손상을 입게 될까? 영구적인 손상을 입더라도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 맞는 것일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나는 지금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적어도, 성과에 따른 보상이 없더라도, 신사업에 투입된 것이 인사에 반영되었는지 그 결과를 보고 싶다. 그 결과는 이 회사를 지속적으로 다닐지에 대한 큰 판단이 될 것이다. 최소한 퇴사 의사를 한 달 전에 말해야 한다는 관행에 의하면 이미 지금 고통을 주는 업무들이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퇴사 기준

퇴사 기준 1. 신사업 성과에 대한 연봉 반영

희망하는 성과 결과로는 연봉인상이 최소 200만 원 이상이 될 것, 혹은 인센티브 200만 원 이상을 받을 것 둘 중에 하나라도 해당이 될 것, 이것이 아니라면 빠르게 이직 준비를 한다. 신사업은 성공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망한다고 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다. 왜냐하면 기존 업무를 줄이고선 신사업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일은 유지한 채 일을 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텀블벅이라는 사이트를 활용하여 기존의 소비자를 확보하고 발매하는 시스템이라 손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가 없다고, 연봉인상이나 인센티브가 없다면 회사에서 어떤 조직원이 신사업에 새롭게 투입하겠는가? 나는 그 판단 결과를 볼 것이다. 그리고 선택해도 된다. 누군가는 그런다, 신사업의 실패를 개인에게 추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않냐고, 이 질문에 나는 아니라라고 말한다. 그 신사업에 들어간 나의 정신적, 육체적 갈음을 나는 나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퇴사 기준 2. 과한 업무를 줄 때 (나만의 기준을 세움)

5권 자리 이상의 세트 도서 진행. vip저자의 도서 세트, 그리고 신사업 도서

이렇게 3개의 도서 중에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빠르게 대체 업무 요청이나 일정조율, 혹은 퇴사를 생각해 보자. 일정조율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사장위험성이 높다. 사장은 기본적으로 제조업 기반의 사람이라, 일의 속성에 따른 업무량 분배보다는 절대적인 수량이 중요한 사람이다. 여름휴가나 긴 공휴일로 인한 생산성 부족은 어떤 식으로든 채운다. 오히려 갑작스러게 일을 발생하여 기존 일정을 망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사장은 본인의 일을 잘하고 싶고, 또 일 관련 직원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사장님과 관련된 업무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스톱이 되고 그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

버티어야 하는 이유 1. 다음 이직처의 미정

퇴사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직용 그리고 프리랜서용 포트폴리오가 정리되지 않았다. 준비가 되고 이력서를 넣어야 하는 데,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나 외주일이 쉼 없이 들어오고 있다. 3주 이상 주말을 쉰 적이 없다. 이 현상을 극복할 피팅 포인트가 필요함에도 불구 쉽사리 경기도에서 출퇴근하면 원하는 수준의 가정환경을 병행하기가 어렵다.


버티는 방법 1. 나만의 루틴을 만들자.

내 기분을 상기시켜줄 제품들에 대해서 아끼지 말자. 커피 그리고 아로마롤온마사지다. 그리고 출근시간의 독서로 재미를 돋우자.


버티는 방법 2. 마음보호 먼저하기.

점심시간에 거리 두기를 하자. 내 마음 보호가 먼저다. 점심시간에 주로 말하는 사람은 나인데, 내가 긍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말해봤자 내 얼굴을 갉아먹는 말을 할 뿐이다. 기분 나쁜 말을 내가 처한 상황들을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서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버티는 방법 3. 흐린 눈 시전하기.

포기하자. 건강하게 먹는 것을 포기하고, 깨끗하게 지낼 것을 포기하자. 내가 옳다는 것도 포기하자. 그냥 시간을 흘러 보내자.


버티는 방법 4.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기.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자. 해상도를 낮춘 일상의 시간을, 고해상도로 보낼 여행을 생각하자.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버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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