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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여름방학을 방해하지 말아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아무도 나를 찾기 안 않으면

by SHOOT

브런치에 올린 주간일기들을 훑어보았다. 이 피곤의 정체를 확인받은 기분이 든다. 일이 너무 많았었다. 그렇다. 사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리고 그날이 다가왔다. 예정과 다르게 지난주 시댁친척집을 방문하게 되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일을 서둘러 마무리했으나, 오자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정사항이 왔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여차피 지방에 가있는 동안 집중하여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고, 불행이라면 지방을 갔다 온 피곤함을 풀지도 못한 채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 피곤함은 이번 주 토요일까지 이어왔었다.

직장인의 평일저녁은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는 시간대다. 회사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서 일에 또 몰입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든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9시가 되어버리곤 한다. 9시는 벌써 하루의 마감시간과 가까운 시간이라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또 단축이 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최대 2시간, 짧게는 30분 정도가 평일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이마저도 이렇게 주말에 피곤함이 이어져오거나, 회사에서의 일이 많이 쌓여서 풀지 못할 때면 몰입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이번 주가 그러한 나날이었다. 최대 2시간을 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에 본인에게 실망하는 시간이었다. 겨우겨우 끌어낸 에너지로 컴퓨터를 켜고, 정리하고, 메일을 보내는 단순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지쳤다. 차라리 주말에 일이 있는 것이 전체적인 에너지를 지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밸런스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위로가 된다.


올해 8월 24일까지 외주일에 투자한 시간은 벌써 230시간. 지난 회사들 중 야근을 가장 많이 했던 해가 240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확실히 외주를 하기 시작한 이후, 야근비를 주지 않는 곳에서의 야근을 절대적으로 안 하고 있다. 지금 외주일을 하면서 내 시간이 얼마만큼의 금액으로 환전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기에 더더욱 할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외주일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회사는 야근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어야 한다. 이 팽팽한 긴장의 끈 사이에서 나는 매우 지칠 때로 지쳐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회사는 늘 넘칠 만큼 일을 주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이윤추구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추가적으로 회사일은 한 것은 20시간 20분이다. 이는 포괄임금제로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지금의 나는 매우 지쳤다. 하루 중 사람에 대한 피곤함을 회사에서 다 쓰고, 나머지 체력을 외주일에 쏟다 보면 집안을 살피는 일도, 나를 살피는 일도 그저 일처럼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나를 살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나를 살피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힌 나지만, 그럼에도 재료를 관리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앞뒤의 일을 생각하면 요즘은 요리가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지만 낭만처럼 느껴진다. 사실 요리는 사치적인 낭만이긴 하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간단한 레트로트 식품을 통해서 먹고 있다. 괜스레 남편에게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남편이 건강하게 먹는 것도 나의 먼 미래를 위해서는 가치 있는 행위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완벽에 가까운 것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 이것도 포기하였다. 나를 챙길 때 챙길 수 있으면 다행 이것만 본인이 본인 건강을 위해 식단을 하지 않을 때, 나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2인분의 일을 할 체력은 나에게 없다.


어제 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를 아무도 찾기 않았으면 했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으면 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렬했다. 하지만 오늘 일요일 밤 10시가 되니 에너지가 좀 찬다. 보통 이 시간에 출근을 위해 억지로 자야지라는 마음과 놀고 싶다는 마음이 팽배할 텐데, 이 팽배함이 없으니 마음이 오히려 편안하다. 직장인에게 이런 긴 연휴가 또 언제 올까 과감하게 질러버린 5일 연차를 이렇게 썩히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지나간다. 이 휴가를 간다고 회사에서는 나를 얼마나 괴롭혔는가? 휴가인 것을 알면서도 뻔뻔하게 당일 수정을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기 바빴다. 그 치임에 지쳤고, 당연히 5일의 연휴로 인해서 일이 쌓였을 것이고, 오너일가의 계산법에 따른 괘씸죄로 인한 일 거지 더 있을 예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내가 휴가가를 가는 동안 월급이 들어와서 신이 나는 것만큼이나 약이 오를 것이다.


오사카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사카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지칠 대로 지쳐 무슨 여행 회의적인 생각뿐이었다. 여행을 간다면 계획아래 모았던 돈을 쓰고, 이왕 가는 여행에서 효율성을 찾아 이리저리 이미 검색을 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목록이 있는 상태여야지 만족이 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그런 것은 없다. 그저 일단 사고 본 일본여행책과 비행기표 그리고 숙박만 있다. 약간 생소한 여행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효율성보다는 관광과 색다른 리프레쉬를 경험하는 것에 만족을 해야겠다. 그나마 숙박은 외국출장이 잦았던 남편이 차곡히 쌓아온 포인트를 활용하여 가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번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또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것인가. 돈을 벌 때는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다. 지금은 그나마 돈을 벌어서 시간이 없을 때이다. 그런 때 시간을 굳이 만들어낸 기간을 흘러 보내기에는 아깝다.


한 프로젝트를 한 돈 이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앞으로 2건이 더 있다. 리프레쉬를 할 때다. 내일 월요일에 이제 이심을 사고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당장 해야 할 외주일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인데, 회복을 해야겠다. 직장인의 여름방학 이거 좀 괜찮은 것 가다. 정말 웃기게도 다들 이미 여름휴가를 즐긴 후인데, 배려하여 마지막으로 일정을 넣은 나를 걸고넘어질 것은 뭐람. 이게 무슨 여름휴가야 이미 입추를 지났것만,


이 회사밖으로 벗어나기 위해서 이런 외주일을 꾸준히 받고 있다. 차곡히 외주자로서의 포트폴리오를 쌓고 이런저런 프리랜서로서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기고 있다.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결국은 둘 다 나의 시간을 팔아서 재화를 벌어들이는 구조인데, 이 구조밖에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이번 일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이 500만 원 정도인데, 남편이 주식으로 벌어들인 돈이 5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누구든 벌어온 것에 감사한 일이지만, 역시 몸빵으로 돈을 벌기에는 신체가 늙어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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