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한 직원을 퇴사에 이르기까지 한 도서 10권까지 시리즈물을 담당하게 된 나는 이번주 월요일까지 홍보물작업마무리했다. 그리고 맞이한 회사회식과 연말결산의 시간.
확실히 이번 도서를 작업하면서 느꼈던 고생에 대해 사장님은 인지하고 조금 다른 대우를 해주었다. 예를 들면 회사에 들어온 다이어리를 먼저 고르게 해 주던가, 지엽사에서 온 특별한 달력을 하나 챙겨준다던가, 회식 때 술 한 잔을 따라 주신다던가 등, 그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정을 베풀어 주셨다. 모든 직원들 앞에서 사랑받는 직원처럼 대해 주셨다. 그 무엇보다 연봉협상 없이 200만 원 인상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 조금 더 조심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인배도 아니면서, 대인배인 척하는 모습에 혼자 방구석에서 이렇게 일기를 쓰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연말결산 때는 팀별로 혹은 개인별로 발표로 지난 성과보고와 다음 해 계획 혹은 다음 해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상사가 바뀌면서, 올해 디자인팀은 보고를 안 하도록 결정되었는데, 이 결정이 사장님의 의사가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결산시간에는 정작 디자인팀 차장님의 연차날과 겹치면서, 우리 팀에는 팀원인 나 혼자 있게 되었다. 디자인팀은 보고를 안 하는 데, 다른 사람들의 계획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닌지 짧게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더 본질적인 마음은 발표를 안 하기로 하고 한 맞이하는 첫 연말결산시간인데 그 포부를 내가 모두 앞에서 연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확실히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적게 1년에 6-8권의 신권을 내고, 5-6권의 구간을 리커버진행하였다. 문제는 일정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타 부서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2025년 계획이 얼마나 실현이 될지는 의문이고, 실현이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디자인팀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장님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던 것일까? 내 이름을 호명하며 다음 해 힘들어서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다. 불쑥 나와버린 말은 '안녕히 계세요.' 장난으로 받아쳤지만, 걱정으로 하신 말에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대충'차장님이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정도로 할 껄이라는 생각이 바로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마음에는 다음 해 6월 정도가 되면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2년이 차면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돌릴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이 내비쳐진 결과일까. 우스갯소리로 퇴사는 계엄처럼 갑자기 말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내비쳐져서 무엇하는 가. 그리고 나가더라도 준비된 상태로 나가고 싶은 것 아닌가. 가벼운 행동이었다. 은은하게 다음 해 말에 또 5권짜리 도서가 있는데, 그 도서를 자연스럽게 내가 하게 될 것 같은데, 많은 걱정이 된다.
아니면 프리랜서로서의 도약인데,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일단은 회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닌, 가정을 꾸리게 되어 단순히 커리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가정과의 병립을 고려해보아야 하는 어떤 결정의 시기에 다다랐다. 무엇보다 상사가 있고, 새로운 기획을 하고, 집이 가까운 그런 출판사는 많지가 않다. 한 시즌이 지나가면 지나갈 때마다 다른 질문들과 미션이 떨어지는 거었다.
회사에서는 늘 조심해야 한다. 묵묵히 나의 일을 하되, 그 뒤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지금 회사가 필요하다. 이제 과한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은 끝이 났다. 조심 또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