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내 손
제 손은 참 못생겼어요. 특별히 손을 쓰며 고생한 적도 없는데 온갖 고생스러움이 제 손에 남아 있죠.
사실 제 손이 못 생긴 이유는 손톱 주변 살을 뜯는 부끄러운 습관 때문이에요.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저는 손을 가만히 두지를 않는대요. 늘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손톱 주변 살을 뜯고 있거나 거칠게 일어난 살을 만지고 있대요. 맞아요. 저도 알아요. 참 비호감을 부르는 습관이죠.
불안과 초조함은 항상 저와 함께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살아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불안함과 두려움이 습관이 되었고 저란 사람의 커다란 일부가 되었어요.
가끔 작은 위험성에도 며칠이나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제 자신이 저도 답답해요. 언제부터 저는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엄마 아빠가 따로 살게 될 것이라는 불안함이 현실이 된 것 빼고는 제 인생에서 제가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많지는 않아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하지도 않았고요, 북한이 한 번도 핵폭탄을 서울에 떨어뜨린 적도 없고요, 수능시험 보다가 답안지를 밀려 써서 대학에 못 간 것도 아니고요, 회사에 지각해서 해고되지도 않더라고요. 전화기가 꺼진 적은 많지만 남자 친구(현 남편)가 바람을 피운 것 같지도 않아요.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가 테러범에게 납치되지도 않았고요 걱정처럼 아이를 낳다가 죽거나 중간에 마취가 풀리지도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며칠, 몇 주, 몇 달을 걱정하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은 경우는 없었어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완벽하게 대비하며 살아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어요.
불안해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해요. '알 이즈 웰',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연습이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에는 대비해야겠지만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소중한 24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요.
조금만 용기를 내보려고 해요. 가끔은 평소보다 세게 질러놓고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아무 생각 안 해보는 것도 해보려고요. 아니,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있어 보려고요.
괜찮을 거예요. 그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엉망인 제 손도 언젠가는 예뻐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