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혼자 우두커니 남겨진 길목에 누구를 기다리나

by 로라

제 철없이 피고 지는 것이 꽃이다.

한겨울 한 줌 햇살이 조금만 늘어져도 어느새 노란 개나리는 여기서 빼꼼 저기서 빼꼼 하며 얼굴을 내민다.

하물며 수능 같은 일생일대의 시험날도 지각을 하는 뉴스가 해마다 나오는데

꽃이라고 다를 쏜가?

철없이 일찍 나와 첫추위에 얼어 죽기도 하고

모르게 뒤늦게 나와 늦추위에 화들짝 놀라 마감하기도 하는 것을.


떨어지는 낙엽비와 마지막 힘겨운 단풍 아래 아파트 울타리에는

무슨 일인지 아주 뒤늦게 철없이 핀 장미꽃 한 송이가 빨갛게 피어있었다.

홀로 피어서인가? 붉음이 토해진 느낌처럼 선명하다.

지나가면서 2~3일

'아휴~ 얼어서 죽으면 어떡하지?'

'왜 이리 혼자서 늦게 피어서는.....' 이런 생각으로 지나다녔다.


새벽운동을 마치고 총총걸음으로 출근하는 그 울타리 옆으로

세상에 누가 씌워주었는지 하얀 화장지 목도리를 두른 어제의 그 장미꽃이 서 있었다.

너무 어이가 없기도 하고

너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지나다니던 어떤 예쁜 마음을 가진 이가 주머니에 든 화장지를 풀어서 저리 곱게 묶어주었을까?

어쩌면 비염증상으로 급할 때 사용하려고 조금 풀어서 가져온 주머니 속 비상 화장지를

아무 미련 없이 철없이 핀 장미꽃이 안쓰러워 곱게 목도리 감아주고 걸어갔을지도.


내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면서 꽃 한 송이가 주는 예쁜 마음에 흐뭇해하며 며칠을 지나다녔다.

정말 화장지 목도리의 힘일까?

꽃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서 꿋꿋이 며칠 계속 얼지도 않고 시들지도 않고 잘 견디고 버티고 있었다.

아마도 이 예쁜 화장지 목도리 둘러준 그 님이 지나가는 아침 길에 인사하고 또 하루 종일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계속 김수철 가수님의 '못다 핀 꽃 한 송이'노래가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KakaoTalk_20251124_110449071.jpg 따뜻한 화장지 목도리 둘러준 그 님 때문에 차마 지지 못한 것일까?


저 장미의 화장지 하얀 목도리는 무려 일주일을 버티다가 어느 날 처참히 바닥에 버려져있었다.

그날 계속 마음이 허전했다.

목도리를 둘러주질 못할 망정 그냥 두지 누군가는 그냥 사정없이 벗겨서 바닥에 떨어뜨려두었기에 내가 이어서 목도리 둘러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냥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 걸어서 뒤돌아왔다.

언젠가 그녀도 가야 하기에.......

너무 춥지 않을 때 아름다움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또 만나기를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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