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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Sep 09. 2020

미혼, 1인 가구, 독거인이라서 드는 걱정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떠니? #01 혼자라서 드는 닥치지 않은 걱정들

"독거노인 죽은 지 며칠 만에 발견..."
"출산 경험이 없을수록 부인암 확률이 높아져..."


뉴스를 보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더욱 와 닫는 헤드라인을 볼 때가 있다.


나는 미혼이고 외국에서 혼자 살고 있는 출산 경험이 없는 독거인이기에 저런 뉴스들이 그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하지만 평소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잠시 걱정하고 우울해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별일 없이 살아간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 저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면 그 걱정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내 곁에 장 시간을 머문다.



친한 언니 중 한 명이 정기 검진 중 우연히 부인과 암을 발견했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미혼이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먼 곳에 살고 있기에 가족 대신 친구가 보호자로 병원에 갈 거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때에 나와 같이 미혼인 언니의 암 진단 소식은 충격일 뿐만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갔던 닥치지 않은 지난 걱정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게다가 코로나 팬대믹으로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시기였기에 그 걱정들은 나의 다양한 상상과 결합하더니 매우 심각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여성 질환 건강 검진을 언제 받았지? 코로나 잠잠해지면 나도 검진을 다시 받아봐야 하나?"

"나는 외국에 있어서 가족들이 옆에 없는데 혹여라도 내가 아프면 어쩌지? 나도 친구를 보호자로 데려가야 하나?"

"수술을 하게 되면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수술이 가능한가?"

"혹시 내가 아파서 집에서 쓰러지면 누가 날 발견하지?"

"우리 가족은 스페인어 할 줄 모르는데 스페인 병원에서 연락하면 가족들이 연락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애초에 내가 의식이 없으면 가족에게 연락을 할 수나 있을까?"

"코로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데 만약에 걸리면 혼자 어떻게 해쳐나가지? 부작용도 심각하다던데..."

이렇게 혼자 살다 죽으면 나도 독거 노처녀 죽은 지 xx만에 발견 이런 기사 나는 거 아니야?”


지인의 암 진단 소식이 내게 불러일으킨 작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고, 결국 죽음과 결혼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이 된다면 하는 거고 아니면 혼자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선이라도 봐서 적당히 결혼을 해야 하나 하는 현실 타협(?)적인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물론 선을 본다고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핸드폰 비상 연락처를 새롭게 업데이트하기도 하고, 주변 독거인들과 3일에 한 번씩은 서로에게 생존 신고를 하자고 우스갯소리 같은 부탁을 하기도 하고.


게다가 지나친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은 우울감을 불러일으켜서 한동안 약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갇혀 지내는 것이 서서히 끝이 나면서 이런 걱정들도 자연스럽게 무뎌졌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고,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들이기에 이렇게까지 사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나를 세뇌시키면서 우울감을 벗어던지고 다시 평상시의 나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극한의 우울증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뉴스로만 접하던 상황이 주위에서 일어나게 되면 나처럼 느끼고 걱정하는 것이 정상적일까? 국경과 국적에 상관없이 보통의 혼자 사는 미혼인 사람이라면 다들 가끔씩 느끼는 감정들일까...? 그게 아니면 이렇게 느끼고 걱정하는 것이 내가 유리 멘털이라서, 그리고 너무 예민해서 그랬던 것일까? 나는 이런데... 너는 어떠니?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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