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 - 가족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명동은 하루가 다르게 전쟁의 흔적을 지워갔다. 사람들도 어딘가 모르게 생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종세는 명동 다방에서 서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미스는 종세에게 자신의 수양딸 같은 직원이 있는데, 너에겐 과분한 여자이니 의향이 있으면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종세는 일본 유학 중 해방을 맞고, 서울에서 의대를 다니다 전쟁이 나고 군의관으로 있던 중 스미스를 알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스미스는 종세에게 다짜고짜 결혼은 하였느냐고 물었다. 종세는 전역한 지가 얼마 안돼서 아직 혼인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니 스미스는 좋은 처녀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면서 종세에게는 묻지도 않고 약소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는 가버렸다.


갑자기 나오긴 했지만, 종세도 장가를 가기는 해야 했다. 집안의 성화도 성화지만 나이 서른이 넘었으니 자식이 둘이 있어도 부족할 나이었다. 여기저기서 중매도 많이 들어왔지만 이상하게 내키지가 않았다. 종세가 만난 여인들은 말이 없었다. 선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날을 잡으러 온 것 같았다.


서희가 다방 문을 들어섰다. 종세는 한눈에 서희를 알아봤다. 스미스가 좋은 처녀라고 했지 예쁘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서희의 미모는 남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작았지만 곧았고 단단해 보였다. 종세는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서희와 종세의 첫 대화는 서로의 본관을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희는 종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전쟁 중 실종되었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고 종세는 서희를 집에 데려다 주고 있었다. 종세는 집으로 들어가는 서희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기어들어 갈 듯 말했다.


"나와 결혼해 주시오. 행복하게 해 주겠소"

서희는 그러는 종세를 한 참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종대와 스미스가 혼잡하게 옮겨 다녔다.


"조국이나 민족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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