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 - 같은 하늘
From 1919 to 2022
1965년 한국은 월남 파병으로 온 나라가 북적였다. 전쟁에서 살아남았더니 이번엔 아들을 전쟁에 보낸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박정희는 그 대가로 조국의 번영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에 불타올랐다.
서희는 지수를 낳았다. 종세는 그답게 지수를 위한 위대한 시를 썼다며 그 시를 읽으면서 서희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서희는 그런 종세가 싫지 않았으나 볼썽사납다고 투덜거렸다.
종세는 대학병원을 그만두었다. 종대 때문이었다. 서희와의 결혼 후 중정에서는 서희 대신 종세를 찾았다. 서희가 말하기 전에 종세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하여 이미 스미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스미스의 말은 명료했다.
"그래도 좋다면 결혼해라"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라"
중정은 주기적으로 끊임없이 종세를 찾았다. 종세는 개의치 않았으나 병원에서는 쉬쉬 하는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병원장은 종세에게 자신의 부모형제 모두가 빨갱이의 죽창에 죽었다면서 너에게는 감정이 없으나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종세는 그날로 대학병원에서 나왔고 서희에게는 개업을 하겠다고 했다. 종세는 서희에게 중정이 병원을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스미스에게 연락하지도 않았다.
서희는 펄쩍 뛰었다. 무슨 돈이 있어 갑자기 개업이냐며 사람이 무슨 계획이 있어야지 어떻게 상의도 없이 덜컥 사고를 내냐며 밤이 새도록 종세를 잡았다. 종세는 밤새도록 지수를 안고 있다가 서희의 바가지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