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 - 쌍문동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종세는 좋은 의사였으나, 물정이 없었다. 아직도 한국은 가난했고 돈이 없으면 치료받지 못했다. 종세는 치료하고 돈을 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했고 환자 가족이 물건을 가져오면 그것으로 치료비를 대신했다.


서희는 그런 종세를 밤마다 들볶았으나 종세는 알았다고 하고는 다음 날이면 돈이 아닌 물건을 가지고 들어 왔다. 서희는 집이 창고냐고 따져 물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서희는 끝내 종세에게 어찌 먹고살아야 하냐며 주저 앉아 울었다.


"여보 우리는 굶지는 않지 않소 그것으로 만족합시다"

서희는 그날 이후 종세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망해서 들어오지만 말라고 했다. 서희는 자신이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피난살이에서도 서희는 굶어 죽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서 미국 대사관의 남은 음식을 가져와 먹으면서도 굶어 죽지 않고 살았다. 능력 없는 의사 남편 하나 못 먹여 살리겠나 싶었다. 그래도 남들에게 존경받는 의사니 그만하면 만족할만한 남편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서희가 눈여겨본 곳은 쌍문동이었다. 요즘 미아리와 수유리를 넘어서 서울이 넓어진다고 하면서 쌍문동에 적산 토지와 가옥이 쏟아져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명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 병원도 차리면 돈이 될 테구 집도 헐값에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희는 종세와는 상의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대로 살자고 할 것이 뻔했다. 싸울게 뻔한데 입만 아팠다. 종세가 출근하던 아침에 서희는 입을 쭉 내밀며 종세에게 집주소가 적힌 종이를 주었다.


"퇴근은 이리로 하세요"

"뭐요? 여보 이게 무슨 … …"

"그러니까요. 우리 여기서 잘 살아 봅시다"

"지수 보려면 이리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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