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상식] 행정처분과 이를 다투는 절차에 대하여 살펴봅니다.
지난 '조변상식'에서는 판결문과 판례에 관한 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번 글은 꽤 유익하지만 재미는 매우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음을 굳건히 하여 읽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은 주권자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존재합니다. 행정처분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행정기본법,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등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상당히 까다로운 용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적인 정의보다 더 본질적인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처분의 본질에 대하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① 행정처분 이전에 사전 이벤트가 있음(민원인의 신청 절차 또는 법을 위반하는 사건)
② 정부의 직권판단에 따른 일방적인 강제력이 있음(↔ 단순히 협조를 기대하는 것과 구분)
③ 법률에 구체적인 집행의 근거가 있음 (↔ 계약, 협약, MOU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님)
행정처분은 크게 신청에 따른 행정처분(예: 건축허가 등)과 법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처분(예: 영업정지 등)으로 구분됩니다. 정부는 행정처분을 하기 전에 스스로 내부 검토과정을 거칩니다. 건축허가 신청이 적법한지 아닌지, 법을 위반한 행위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내부 검토 및 내부 결재 과정을 거칩니다.
위와 같은 내부 절차를 거치면서 법률에 구체적인 집행의 근거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후에 당사자에게 공식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게 됩니다. 건축허가를 기대했지만 불허가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적법하게 사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행정처분의 본질은 "정부의 일방적 통보"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살펴봤지만, 행정처분은 담당자가 혼자서 결정하여 통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허가 취소, 등록 말소 등 심각한 행정처분에 해당할수록 내부 결재 과정이 복잡하고, 그만큼 내부 검토 과정이 길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입장에서 어떠한 행정처분이 예상과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싶다면(=반품하고 싶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행정처분을 면밀히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면밀히"라는 말은 "법리적으로 매우 자세히"를 뜻합니다. 변호사 실무적으로 보면, 오로지 "법리적"으로 접근하여야 합니다.
"억울하다.", "불쌍하다.", "몰랐다.", "순수하다.", "우연이다." 등의 단어는 행정처분을 취소하기(반품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이러한 단어는 결코 효과적인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불쌍한 상황, 억울한 상황은 법적으로 유의미하게 평가되기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행정처분을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는 것은, "절차적인 적법성"과 "내용적인 적법성"을 각각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본다는 말입니다. 먼저, "절차적인 적법성"이란 내부 결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결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결재를 한 것인지, 행정처분을 공문으로 제대로 통보한 것인지 등 행정처분의 성립과 전달 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내용적인 적법성"이란, 행정처분을 집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정확하게 인용하고 준수했는가를 말합니다. 특히 법률이 개정되면, 언제부터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는지도 구체적으로 부칙 규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법률 개정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시행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개정 전의 법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 법에서 인허가 취소에 해당했다가 법이 개정되면서 영업정지에 해당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행되는 법을 잘못 적용하여 행정처분이 취소되는 경우가 의외로 있기는 합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절차적인 적법성과 내용적인 적법성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에 의하여 살펴보거나 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 의하여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절차를 위반하였는지, 어떠한 법률을 잘못 적용하였는지는 전문가에 의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리고 행정소송에서 민원인(원고)이 일부라도 승소하는 비율은 20%가 되지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행정소송에서 일부라도 승소할 확률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뒤집어 보면, 일반적인 행정은 적법성을 확보하고 집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 무료인 행정심판이든, 유료인 행정소송이든 민원인이 다투고자 하는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행정청이 입증하여야 합니다. 민원인은 취소하고 싶은(반품하고 싶은) 행정처분이 무엇인지 특정하고 왜 취소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을 하고 나면, 특정된 행정처분이 절차적으로 & 내용적으로 적법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은 행정청이 합니다. 증거로 내부결재문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회의록을 제출하기도 합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를 살펴보면서 다투어지는 행정처분이 적법한지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행정처분을 취소하고 싶다면(반품하고 싶다면), 오로지 그 행정처분의 절차적 적법성과 내용적 적법성 검증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행정청이 민원인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를 했다거나, 불친절하게 행동했다는 점은 행정처분을 취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정말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어느 쪽이 더 윤리적인 우월성을 가지는지 시험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또한 어느 쪽이 더 완벽한 언사를 구사하는지 시험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하면 그쪽이 이기는 것이 행정심판이고 행정소송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담당자와 통화한 녹취록을 심판이나 소송과정에 제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담당공무원을 감정적으로 자극하여 어떠한 발언이나 행동을 유도하는 것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의외로 현실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인데, 법리적으로 전혀 유용하지 않습니다.
행정기본법 제36조는 '행정처분에 대한 민원인의 이의신청'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행정청의 처분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는 그 처분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행정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당연한 민원인의 권리입니다. 예상 밖의 행정처분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손쉽게 간편하게 취할 수 있는 불복절차이기도 합니다. 행정청에 그 행정처분이 절차적으로 & 내용적으로 적법한 것인지 다시 한번 더 살펴봐달라는 신청 절차입니다. 행정청은 14+10일 내에 답을 해야 합니다.
"이의신청"에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의신청 절차 기간만큼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 행정처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소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의신청을 했다면 그 이의신청 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약 1달 정도의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행정지"라는 절차도 적절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가처분"이 있다면, 행정소송이나 행정심판에서는 "집행정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취소하고 싶은(반환하고 싶은) 행정처분은 자동적으로 정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심판이나 소송이 끝날 때까지 별도로 정지시키는 절차가 "집행정지"입니다. 이것도 공식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행정처분을 했던 행정청 입장에서는 방어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전쟁터의 전선이 하나였다가 두 개가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행정청의 담당자 입장에서는 집행정지 심리 일정도 챙겨야 하고, 원래의 본안심판 또는 본안소송 심리 일정도 챙겨야 합니다. 방어하는 논리는 비슷하더라도 하나의 몸으로 동시에 돌아가는 두 개의 절차에 대응하여야 합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전에는 "이의신청"이라는 절차로 대응할 수 있고,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할 때는 동시에 "집행정지"라는 절차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예상과 다른 행정처분, 예상치 못했던 행정처분이 다가왔다면, 조금 더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처분과 이에 대한 불복절차에 관한 제 의견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