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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변잡기 Jun 06. 2024

 '나이 듦'에 관한 단상

체험과 사색으로 엮어낸 內面의 울림

"사람은 왜 아플까?" 


지난해, 난생처음 맞닥뜨린 건강의 위기 앞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보았다. 


40대를 맞은 내 몸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허리 디스크로 고통받기 시작한 그날, 삶의 무상함이 백골처럼 드러났다.


고통 속에 밤을 지새우며, 우리가 치르는 '나이 듦'의 비용에 대해 생각했다.


세월이 빚어낸 주름과 노화의 그늘.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자 돌이킬 수 없는 숙명이다. 


젊음을 자랑하던 우리도 언젠가 시간의 장벽 앞에 무릎 꿇게 될 터. 


하지만 우리는 그 엄연한 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아간다. 


20대의 청춘을 불사르듯 펑펑 쏟아부었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예상하진 못했다.


지난날의 방탕이 후회스러워질 무렵, 이미 내 몸은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허리에선 날카로운 고통이, 가슴속엔 공포가 피어올랐다. 


'건강할 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절망의 깊이를 알기에 절실한 깨달음도 얻게 되는 것일까. 


아파 보지 않고는 건강함을 새길 수 없다는, 아이러니한 진실을 깨달았다.


허리 통증에 시름하며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비로소 '나이 듦'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청춘은 열정의 연료이지만, 노년은 지혜의 원천임을. 


그동안 달려온 인생 역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세상 속에서 분투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지난날. 


건강보다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좇으며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단한 일상에 멈칫거려도 좋다. 


세상의 요구에 휘둘리기보다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여야 한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라면, 일찍 그 가치를 알아챈 것은 축복일 터. 


몸의 고통을 겪으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 셈이다.


건강의 위기는 곧 '존재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계에만 집착할 뿐, 내면의 풍경을 잊고 산다. 


무한 경쟁 속에서 상처 입고, 상실을 맛보며 피폐해진다. 


온전한 '나'로 살아갈 여유를 잃어간다. 




하지만 아픔의 순간이 가져다준 깨달음이 있다. 


바로 내 안의 우주를 발견한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음을, 그것이 치유와 화해로 이어짐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온전히 품어 안는 시간. 


상실과 슬픔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관용. 


내 안의 우주를 이해하고 평화를 이루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건강'의 의미가 아닐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지금, 나는 新心을 다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존엄을 알았으니. 


세상의 시선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히 귀 기울이리라. 


가슴에 손을 얹고 내 안의 우주와 교감하리라. 


그 속에서 고요한 울림을 느끼며 건강한 삶을 일구어 가리라.


오늘도 창밖엔 세월의 켜가 쌓이고 있겠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이토록 값진 깨달음을 준 내 몸에 감사하며 노년을 맞이할 것이다. 


비록 약해진 허리지만, 영혼만은 더없이 충만해졌으니. 


이 깨어진 육신과 온전한 영혼으로, 남은 생을 우아하게 살아내려 한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삶.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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