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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이의 인간관계

by 레일라J


학년이 바뀌며 아이를 힘들게 했던 A는 전학을 가고 B는 다른 반이 되었다.

아이는 2학년의 한 학기는 그 두 아이들이 아닌 다른 아이들과 놀기 시작하였고, 그 아이들과 놀면서 아이를 왕따 시켰던 두 아이들에 대한 마음도 정리했을 뿐 아니라, 또래 관계에 대한 연연함도 사라지고 3학년이 되었다.


워낙에도 책을 보는 시간이 많은 아이인데 학교에서도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주변 아이들을 보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1번인데 우리 아이는 아니었다. 굳이 마음에 맞지 않는 친구들과 억지로 어울리지 않았다. 내 할 일을 하면서 다가오는 친구들과 적당히 어울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아이가 친하게 지내는 다른 반의 친구들을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들에게 억지로 끌려다니기도 하고, 싫지만 하기도 하는 그런 상황들에 점점 아이들이 관계에 대한 자유롭지 못한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 아이도 내가 또 모르는 그런 일들을 겪고 있을까 내심 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자라 있었다.

어릴 적 내가 3학년이고 4학년일 때를 생각해 보면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와 아이가 성별이 달라서인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아이가 나보다 마음이 더 단단한 아이임이 분명했다. 나는 나를 힘들게 하고 무리한 부탁을 하는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했고 그런 아이들에게 끌려다녔었다. 혼자임이 무서웠고, 왕따가 될까 늘 두려웠다. 말과 행동이 강한 아이들에게 반박을 하면 쉽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 아이들의 무리였고 마음이었으니 나는 늘 떠밀려 다니고 줏대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돌아가면서 따돌림을 당하는 차례에 따돌림을 당하고 힘들어했으며서도 끌려다녔던 나를 생각해 보면, 내 아이는 나보다 훨씬 나은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친구 관계를 어려워하던 아이. 사회성과 사교성이 부족하여 외동이라 그런가 하는 걱정을 늘 주는 내 아이는, 한 번의 왕따 사건을 겪은 후론 단단해짐이 확연히 느껴졌다. 학교에는 늘 어느 정도의 금쪽이 미를 뽐내는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각 반에 한 명씩은 꼭 존재하는데, 아이는 그런 아이들에게서도 잘 대처를 했다. 꼭, 그런 아이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 심하게 강한 편인데, 키 작고 왜소한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들에게 가장 첫 번째 표적이었지만 아이가 강단 있게 거절하고 정확한 말과 행동을 하여 결국엔 그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다신 건들지 않았다. 또 느끼지만 나보다 나은 아이였다.


아이가 마음 고생하는 것을 보고 네가 아픈 것을 내가 다 겪고 너는 꽃길만 걷고 별천지에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것을 아이를 보고 깨달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아프고 힘든 일을 겪으며 삶의 지혜를 얻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던 것처럼 아이도 돌길도, 꽃길도, 가시밭길도, 진흙길도, 모래밭도 모두 걸어보아야 덜 아프게 견뎌내는 방법을 배 울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하나의 옹이가 생기며 아이가 이만큼 단단해졌으니, 또 다가올 미래의 너에게 어떤 일 생겨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또 이겨내고 견뎌 나갈까를 생각하다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마음이 애잔해지지만, 그래도 그렇게 새로운 옹이를 만들고 너는 너대로 그리고 나는 나대로 엄마로서 더 강해질 거니까, 그저 응원한다. 너의 모슨 순간과 모든 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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