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때부터 애를 먹이던 아이는 이유식도 애를 먹였다.
미음부터 시작하는 이유식을 일단 거부했다. 더 물같이 해도 되직하게 해도 아이는 밀어냈다. 먹지 않았다.
조리원 동기의 아이들도 비슷한 시기에 이유식을 시작했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유식을 이렇게 저렇게도 만들어보고, 시판 이유식도 다양한 업체에서 시켜보며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하지만. 입 짧고 까탈스러운 우리 아이는 무엇이 원인인지 먹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유식은 해야 하고, 아이는 먹을 마음이 없고, 새로운 맘고생의 장르가 시작이 된 것이었다.
여러 이유식을 찾아보다 그때마침 새로 떠오르는 이유식 방법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아이주도이유식'이었다. 아이에게 먹을 만한 핑거푸드를 주고 아이가 즙을 스스로 빨아먹고 씹어먹기도 하게끔 유도하는 이유식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을 하려면 혹여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하임리히법을 배워 야한 다고 했다.
겁이 많은 나는 고민이 너무 되었다. 아이에게 내가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을 생각하니 이게 맞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고민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죽으로 된 이유식을 온 힘으로 뱉어내고 있었으니 선택권은 더 이상 없었다. 매일 같이 유튜브를 보고 공부를 했다. 응급처치 방법을 연습하고 아이주도이유식을 하는 우리나라 엄마들을 찾아보았고, 외국에서 하는 레시피들을 찾아보고 평소에 잘 먹어보지도 않던 식재료들을 찾아보고, 구입하고 먹어보며 아이의 새로운 이유식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주도 이유식을 시작했다.
배를 아이 손에 딱 쥘 수 있게 만들어 아이가 빨아먹게 했다. 아이는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 뱉어내는 연습을 했고 내가 응급처치를 하기도 전에 뱉어내기를 반복했다. 결국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내가 하임리히법을 아이에게 쓸 일은 없었다.
아이에게 해산물을 먹여야 할 때엔 직접 흰 살 생선과 오징어를 다져서 어묵을 만들었고 아이에게 오트밀로 핑거푸드를 만들어 먹이고, 매일 같이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사다가 물에 쪄서 아이에게 주었다.
엄마의 수고를 알았는지 아이는 핑거푸드를 곧잘 먹어보고 시도하고 재미 었어했다.
다행히도 주 식사는 모유였기 때문에 아이가 이유식으로 배를 불리는 것을 기대하지 않아 아이도 나도 즐거운 식사였고, 우리 부부가 식사할 때에 아이는 옆에서 핑거푸드를 먹으며 우리와 함께 식사를 했다.
하지만, 외출을 하면 일반적인 이유식이 아니기에 아이를 먹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럴 때엔 아이가 보통 아이들 같으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가끔 몸이 아플 때도 냉동실에 미리 만들어두었던 이유식을 꺼내 데워 먹이는 엄마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매번 새로이 채소를 잘라내야 했고, 고기를 굽고 쪄야 했다. 그래서 일반식을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시작하게 되었다. 일반식을 시작하여 쌀밥을 주자 잘 먹기 시작했다. 죽 같은 식감의 밥은 그리 거부하더니, 고슬고슬한 쌀밥을 꿀떡꿀떡 받아먹었다.
이제 이유식도 끝나가는데 이제 그럼 잘 먹는 아이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상대는 내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