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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로이린 Oct 28. 2022

엄마가 되고 싶은 12년 차 직장인의 이야기

출근 전 병원 검진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두른다. 그나마 코로나 시국에는 출근 시간이 10시로 조정되면서 병원 검진을 받고 출근할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가 1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 만큼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회사에 반반차 제도가 새롭게 생기면서 오전을 통으로 날리지 않아도 2시간의 시간을 벌게 되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은 기존에 다녔던 강남 OO 병원에서 3개월을 다니다가 나에게 더 맞는 병원을 찾기 위해 폭풍 검색을 통해 찾아낸 곳이다. 나는 난저(난소 기능 저하)이다. 난소의 나이를 가늠하는 검사 중 AMH 수치 검사가 있다. 일반 정상수치는 3.0~5.0ng/mL라면 나는 0.01보다 적다는 의미로 <0.01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병원 기록표에 의하면 폐경에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업무와 시험관 아기 준비를 병행 한지는 벌써 1년 2개월이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언제 그만두는 게 적기일까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패션 MD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꿈꿔왔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은 팀을 이끌며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을 만큼 커리어를 쌓고 있고, 일의 성과에서 느끼는 희열은 내겐 아직까지 우선순위이다.      


내 몸 상태에 차도가 없는 것 같아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도 해봤지만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나와 잘 맞기도 하고 직접 초음파를 보고 설명해주신다는 점, 그리고 회사와 지하철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 일과 병행하기 최적의 위치라 쉽게 옮기지 못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일과 병원 둘 다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결정했다.      


주변에서는 시험관 아기 준비와 일을 모두 하는 게 안쓰럽다고 하시는 분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일과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고 일부터 그만두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일주일, 한 달, 세 달......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 달에 2번 정도는 병원을 가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연차를 사용하거나 업무를 조율하는 데 막상 큰 어려움이 없었다. 막상 해보니 내 마음가짐이 중요할 뿐 시간적인 문제나 체력적인 부분은 생각보다 덜 힘들었다.      


일을 하면서 시험관 아기 준비를 동시에 하는 것의 장점을 꼽으라면 괜한 걱정과 슬픔의 동굴로 빠질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 난저이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 시 난포(난자가 있는지를 대신 유추해볼 수 있는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 집합체. 초음파 검사 시 검은색의 동그라미 모양을 띤다.)를 볼 수 있는 날이 드물다. 난포가 안 보인다는 것은 시험관 아기 시도를 할 수 없고(난자 채취를 할 수 없음) 다시 다음 한 달을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에 낙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험관은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내가 상처받거나 지치지 않아야 하는데 나에겐 그 대피소가 직장이 된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아이를 갖는 것에 더 집중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다만 아이를 갖기 위해 내 삶을 포기했다는 후회가 들지 않았으면 한다. ‘직장에서 이렇게 일 해볼 걸......’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현재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다. 직장을 다니면서 좋은 결과가 생긴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나는 지금 미래의 아이와 함께할 일상을 상상해보며 퇴근 후 한강 걷기를 하고 있다. 지금의 일상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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