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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윤 Sep 30. 2024

가끔은 타오르고 싶을 때가 있다



한 번 빛을 잃은 별은 빛을 되찾아도 희미하게만 빛을 낸다. 찬란하게 빛을 뿜어내던 어린 시절은 언제나 기운이 넘쳤다. 과도한 흥분과 몰입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이제서 생각해 보면 타오른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던 것 같다.


난 별을 한 번 잃어버렸다. 어떻게든 그것을 되찾아 숨을 불어넣었지만 지금은 희미하기만 하다.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변과 갈등하기보다는 항상 원만하게 적응하고 그러려니 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집착하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니 하는 생각에 웬만한 갈등은 넘어갈 수 있다.


집 옆에 있는 중학교를 지나가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본다. 그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익룡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도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천박한 욕설을 내뱉지만 순수함이 느껴진다. 아침 지하철에서 보이는 어른들과 다르게 표정이 밝다.  


죽어가는 별은 마지막에 초신성이 되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폭발한다. 폭발하는 별의 영롱함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것은 아마 마지막 순간에 나지막이 남아 있던 순수함의 결정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과 같이 어른은 죽기 전 아이가 된다. 그 끝은 종말이라도 예전처럼 다시 한번 빛을 내보고 싶다. 암흑 속에서 타오르는 멍청한 불나방처럼 찬란한 산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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